[인구재앙] ③ [르포] '과자 봉지 변색할까' 신문지 덮어둔 시골상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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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인데도 찾는 사람 거의 없어…하루 한두 명 손님이 고작
고령자 비율 51%·작년 신생아 4명…산부인과 1곳에 원정출산 불가피 "요 앞에 종일 있어 볼라요? 지나댕기는(지나다니는) 사람이 월매나(얼마나) 있능가.
"
4일 전남 화순군 청풍면에서 자그마한 상점을 운영하는 문모(76) 씨는 '장사가 좀 되시냐'는 인사말에 너털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면사무소 소재지에다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유일한 상점이지만 학생들이 찾아와 간식거리를 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마침 상품 진열대에 놓인 과자 봉지 위엔 날짜 지난 신문지가 눈에 띄었다.
단순히 하루 이틀 쌓이는 먼지를 막으려던 게 아니었다.
팔리지 않은 과자 봉지가 오랫동안 햇빛에 노출돼 변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미 색이 바랜 진열 상품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문씨는 학생들 뿐 아니라 주민들 역시 가게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하루에 한두 명이 찾아와 담배나 소주를 사가는 게 전부였다.
"시골에 사람이 있어야 장사를 하제. 폴새(진작) 가게를 접어야 한디,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가게라 이웃들 불편할깜시(불편할까 봐) 문을 못 닫고 있제." 사람이 없다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객 한 명 태우지 않은 군내버스가 그의 상점 앞을 지나갔다.
청풍면은 화순에서도 가장 변두리에 있는 곳으로, 인구 절벽 현상을 체감하고 있는 곳이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청풍면엔 689세대 1천36명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51%인 525명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였다.
80대 이상 초고령층도 22%인 237명이었다.
청풍면 관계자는 "초고령층이 많아 매년 사망자보다 신생아 숫자가 적다"며 "인구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청풍면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4명이었다.
이마저도 지자체가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제도를 시행한 결과였다.
2년 전엔 단 1명의 신생아도 태어나지 않은 한천면 춘양면 등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화순을 통틀어 운영하는 산부인과는 단 1곳뿐이었다.
그러나 이 산부인과에선 분만 진료를 하지 않아 화순에 사는 모든 산모는 다른 지역에서 출산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화순군 보건소 관계자는 "출산하는 사람들이 적어 산부인과가 줄어들었고, 분만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불편함이 다시 출생률 감소로 이어지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출생률 감소는 자연스럽게 학령인구와 젊은 층 감소로 이어졌다.
청풍면의 0세∼39세까지 비율은 전체의 13.7%에 불과했고, 청풍면의 유일한 학교인 청풍초등학교엔 20명이 재학하고 있을 뿐이었다.
중·고등학생들은 인접해 있는 이양면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했다.
학교를 오가는 대중교통편도 마땅치 않아 학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나 부모님이 태워주는 차량으로 통학해야 했다.
이런 시골 지역 인구 감소는 결국 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청풍면 신리 문용진(72) 이장은 "농업은 국력을 튼튼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그러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제 노인들만 남아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농촌으로 들어오는 젊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농사를 짓지 않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도심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고령자 비율 51%·작년 신생아 4명…산부인과 1곳에 원정출산 불가피 "요 앞에 종일 있어 볼라요? 지나댕기는(지나다니는) 사람이 월매나(얼마나) 있능가.
"
4일 전남 화순군 청풍면에서 자그마한 상점을 운영하는 문모(76) 씨는 '장사가 좀 되시냐'는 인사말에 너털웃음을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면사무소 소재지에다 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유일한 상점이지만 학생들이 찾아와 간식거리를 사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했다.
마침 상품 진열대에 놓인 과자 봉지 위엔 날짜 지난 신문지가 눈에 띄었다.
단순히 하루 이틀 쌓이는 먼지를 막으려던 게 아니었다.
팔리지 않은 과자 봉지가 오랫동안 햇빛에 노출돼 변색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미 색이 바랜 진열 상품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문씨는 학생들 뿐 아니라 주민들 역시 가게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했다.
하루에 한두 명이 찾아와 담배나 소주를 사가는 게 전부였다.
"시골에 사람이 있어야 장사를 하제. 폴새(진작) 가게를 접어야 한디,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가게라 이웃들 불편할깜시(불편할까 봐) 문을 못 닫고 있제." 사람이 없다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승객 한 명 태우지 않은 군내버스가 그의 상점 앞을 지나갔다.
청풍면은 화순에서도 가장 변두리에 있는 곳으로, 인구 절벽 현상을 체감하고 있는 곳이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청풍면엔 689세대 1천36명이 거주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51%인 525명이 65세 이상 고령 인구였다.
80대 이상 초고령층도 22%인 237명이었다.
청풍면 관계자는 "초고령층이 많아 매년 사망자보다 신생아 숫자가 적다"며 "인구 감소는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청풍면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4명이었다.
이마저도 지자체가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적극적인 출산 장려 제도를 시행한 결과였다.
2년 전엔 단 1명의 신생아도 태어나지 않은 한천면 춘양면 등에 비하면 그나마 나은 편이지만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특히 화순을 통틀어 운영하는 산부인과는 단 1곳뿐이었다.
그러나 이 산부인과에선 분만 진료를 하지 않아 화순에 사는 모든 산모는 다른 지역에서 출산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화순군 보건소 관계자는 "출산하는 사람들이 적어 산부인과가 줄어들었고, 분만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불편함이 다시 출생률 감소로 이어지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출생률 감소는 자연스럽게 학령인구와 젊은 층 감소로 이어졌다.
청풍면의 0세∼39세까지 비율은 전체의 13.7%에 불과했고, 청풍면의 유일한 학교인 청풍초등학교엔 20명이 재학하고 있을 뿐이었다.
중·고등학생들은 인접해 있는 이양면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했다.
학교를 오가는 대중교통편도 마땅치 않아 학교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나 부모님이 태워주는 차량으로 통학해야 했다.
이런 시골 지역 인구 감소는 결국 농업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청풍면 신리 문용진(72) 이장은 "농업은 국력을 튼튼하게 만드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그러나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이제 노인들만 남아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가끔 농촌으로 들어오는 젊은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농사를 짓지 않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도심으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젊은이들이 풍요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