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기남 기자
사진=김기남 기자
종양미세환경(TME)에서 엔지켐생명과학이 주목한 것은 ‘아데노신(ADO)’이다. 이 회사의 파이프라인인 ‘EC-18’은 ‘세포외 아데노신(eADO)’을 제거해 TME의 면역억제 환경을 면역강화 환경으로 바꿔준다. EC-18은 면역항암제의 낮은 반응률을 해결할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아데노신은 리보핵산(RNA)이나 아데노신 3인산(ATP) 등의 성분으로 모든 생물체의 세포에 존재한다. 손상연관분자유형(DAMP)의 주요성분이다. 세포 안에 존재하는 아데노신은 에너지원으로, 핵산 구성성분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TME 내에 존재하는 eADO은 면역억제 기능을 주도한다.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고 암세포의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다. T세포의 활성억제는 면역관문억제제(ICI)의 치료 효과를 방해하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손기영 엔지켐생명과학 회장은 “ICI를 이용한 면역항암제는 성공적인 임상 결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환자가 이에 반응하지 않거나 초기 반응 후 3분의 1이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ICI를 이용한 면역항암제의 치료효과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eADO를 정상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T세포 활성을 방해하는 세포외 아데노신에 주목

종양은 성장하면서 산소를 필요로 한다. 이에 신생혈관을 생성한다. 그러나 종양의 성장 속도는 혈관 생성 속도보다 빠르다. 때문에 저산소증(하이폭시아)이 일어난다. 저산소증으로 세포가 죽으면 세포 안에 있던 아데노신이 바깥으로 나오면서 eADO가 생성된다. 종양세포가 저산소증과 같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ATP가 세포벽을 통해 외부로 유출된다. 유출된 ATP는 ‘CD73’, ‘CD39’와 결합해 ADP, AMP, 아데노신으로 대사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eADO는 T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아데노신2A수용체(A2AR)’를 통해 면역억제 신호를 전달해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성을 방해한다.

엔지켐생명과학은 eADO의 농도를 정상 수준으로 낮춰 T세포의 활성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손 회장은 “최근 보고된 임상 결과에서 eADO의 활성을 억제한 환자의 10년 후 생존율은 40% 이상으로, eADO의 활성이 존재하는 환자의 10% 미만보다 4배 이상 높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아데노신을 제거하면 T세포를 활성화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글로벌 빅파마들은 면역항암제와 아데노신 생성 억제제 또는 A2AR 저해제와 병용해서 임상을 진행 중인데, 이는 eADO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암 효과에 한계가 있다”며 “EC-18은 면역억제 TME를 일으키는 근본 원인인 eADO을 제거해 면역항암제와의 병용 치료제로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종양 마우스 모델에서 아데노신·종양 제거 효능 확인

손 회장은 “EC-18은 면역세포인 세포독성 T세포(CD8+)와 도움 T세포(CD4+) 중 ‘Th1’을 늘리고, ‘Th2’와 조절 T세포(Treg)를 감소시킨다”고 설명했다. 종양 마우스 모델의 혈액과 종양 조직에서 세포독성 T세포의 수가 5% 이하로 저하된 것을 확인했다. EC-18을 처리했더니 세포독성 T세포가 정상 상태인 20%까지 회복됐다. 또 EC-18을 투여한 혈액과 종양에서 도움 T세포 활성을 위한 APC세포의 ‘MHCII’가 정상으로 회복되는 것도 확인했다. MHCII는 도움 T세포를 활성화해 사이토카인을 분비한다.

특히 EC-18은 도움 T세포가 조절 T세포로 바뀌는 것을 막는다. 도움 T세포는 사이토카인을 생성해 세포독성 T세포의 종양세포 살상력을 높인다. 하지만 eADO은 조절 T세포의 분화를 촉진한다. 조절 T세포는 면역 반응을 줄이기 위해 T세포의 활성을 방해한다. 이에 암 조직이 존재하는 상황에서는 조절 T세포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EC-18을 투여하면 TME 내에서 증가된 조절 T세포를 정상적인 상태로 감소시킬 수 있다고 했다. 손 회장은 “암세포를 죽이기 위한 모든 T세포의 기능을 정상적인 상태로 돌려놓아 궁극적으로 eADO에 의한 TME 내의 억제된 T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이 근본적으로 종양을 제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C-18을 투여한 마우스 모델에서 종양의 크기는 현저히 줄었다. 특히 ICI와 병용투여하고 4주 후 종양이 거의 사라졌다는 설명이다. EC-18은 패턴인식수용체(PRR)의 세포내 순환 촉진(PETA)을 통해 eADO를 빠르게 제거한다. PETA는 세포나 조직 손상으로 몸에 쌓이는 DAMP와 병원균연관분자패턴(PAMP)을 신속히 제거하는 작용기전이다.

EC-18은 eADO과 결합된 아데노신 수용체(A2R)의 내포작용과 엔도좀의 가수분해 활성을 촉진한다. 이 과정에서 ATP의 유출과 관련된 신호전달체계를 감소시킨다. 결국 EC-18은 PETA로 작용하며 eADO의 신속한 제거와 ATP의 감소 기능을 함으로써 TME 내에 존재하는 eADO를 조절한다.

이와 함께 엔지켐생명과학은 EC-18의 세포에 작용하기 위한 특정 ‘GPCR’ 수용체를 확인했다.
[Cover Story - part.3] 엔지켐생명과학, ‘세포외 아데노신’ 없애는 항암제 개발
코로나19 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으로 개발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10월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회의에서 폐암 모델에서의 항PD-1 면역항암제와 EC-18의 병용 효과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손 회장은 “EC-18과 PD-1의 병용 치료는 면역항암제의 저항성을 유발하는 원인인 TME를 해결했다”며 “단독 치료뿐만 아니라 PD-1과의 병용치료 조합에서 뛰어난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C-18은 다양한 파이프라인에서 효능을 확인해 코로나19 치료제, 구강점막염(CRIOM), 급성방사선증후군(ARS),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을 임상 진행 중이다. 손 회장은 “코로나19 치료제로는 국내 최초로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 안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긴급사용승인 또는 조건부 판매허가를 신청하고, 미국에서도 환자 모집을 마친 후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할 것”이라고 했다.

올 1분기에 구강점막염 임상 2상의 톱라인 데이터도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임상 2상 종료 시점에 혁신신약지정(BTD) 신청과 글로벌 기술이전을 완료하고,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 임상 3상 시험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RS 치료제는 현재 미국 국방부(DoD),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함께 임상 2상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병용치료제와 NASH에 대해 다국적 제약사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임상 2상 진행과 동시에 글로벌 기술이전을 기대하고 있다.
*애널 평가 김태엽 한양증권 연구원

EC-18은 천연물 유래 합성신약으로 임상을 통해 안전성 검증과 치료 효과를 데이터를 통해 증명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외에도 구강점막염, 호중구감소증 등 임상 종료를 앞두고 있다. 치료제나 파이프라인 관련 임상 성공 등의 큰 호재가 발생하면 그동안의 호재를 한꺼번에 반영하며 주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