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법무부 예산 없어 구치소 코로나 전수검사 제때 못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법무부 "자체예산으론 곤란했다" 주장에 서울시 "국비로 가능했다"
감염병예방법 및 정부지침상 동부구치소 전수검사비 국비지원 가능
전문가 "법무부 자체 예산 부족했다면 방역 컨트롤타워에 요청했어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집단감염 사태(29일 0시 기준 762명 확진)와 관련, 직원과 수용자들에 대한 전수 진단 검사를 조기에 실시하지 않은 배경을 놓고 서울시와 법무부가 사로 다른 주장을 펴 논란을 불렀다.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집단감염의 첫 환자는 11월 27일 확진된 직원 가족이며 곧이어 해당 직원도 확진됐다.
그리고 이달 12일까지 구치소 직원 11명이 추가로 확진됐으나, 법무부는 그때까지도 전수검사를 추진하지 않다가 수용자 중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나흘 뒤인 18일에야 1차 전수검사를 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29일 보도설명자료에서 "14일 수용자 1명이 확진돼 서울동부구치소는 역학 조사 시 수용자 전수검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였으나, 서울시와 송파구에서는 '수용자 전수검사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추진하기는 곤란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어렵게 된 상황에서 법무부 또는 동부구치소 자체 예산만으로 전수검사를 하는 것은 곤란했다는 말이다.
그러자 서울시 관계자는 29일 "집단발생인 경우에는 (검사 대상자들이)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되므로 당연히 국비로 검사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전수검사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동부구치소내 감염 확산의 들불을 잡지 못한 배경을 놓고 두 기관이 상대 탓을 하는 가운데, 검사 비용 부담의 주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연합뉴스는 법률과 관련 정부 지침 등을 토대로 법무부와 서울시의 주장을 검증해봤다.
◇감염병예방법 "국민은 감염병 진단받을 권리…국가와 지자체는 비용부담해야"
우선 관련 법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6조 3항은 "국민은 의료기관에서 이 법에 따른 감염병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감염병 진단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비용 부담에 대한 중앙 및 지방정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국민으로서 진단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비용 부담에 대한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정부 지침,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 있으면 국비 검사대상' 규정
그리고 지난달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작성한 '코로나19 검역대응 지침(제9-2판)'에 따르면 '조사대상 유증상자(Patient Under Investigation, PUI)'의 개념에는 '코로나19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어 진단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가 포함돼 있다.
정부 대응지침에 따른 '조사대상 유증상자'의 코로나 진단 검사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지 않고,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가 부담해야한다.
이 지침대로라면 동부구치소에서 직원 확진자가 두자릿수로 늘어난 이달 11일 시점에서는 수용자와 직원들에 대한 전수 검사를 국비로 실시할 법적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법무부가 신속하게 나서지 않는다면 중대본이라도 나서 서둘러 실시했어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집단발생인 경우에는 검사 대상자들이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되므로 국비로 검사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법무부, 검사비용 조달 여의치 않으면 중대본에 요청했어야"
그렇다면 국비로 전수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상황인데, 법무부와 그 산하 동부구치소는 왜 '예산 문제'를 거론했을까?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하기는 곤란했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것일까?
비용을 분담할 지자체의 '관할' 문제와 연말 법무부 자체 예산 부족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민들이 누구나 무료로 PCR(유전자증폭)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 11월말쯤부터 동부구치소 신입 수용자 만이라도 전수검사를 하려고 서울시에 문의했는데 서울시는 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수용자만 가능하다고 했다"며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동부구치소 수감자 중 70%는 서울시민이고 30%는 그외 지역 거주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4일부로 수도권 전체에 걸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무료 PCR검사가 시행됐는데, 그 전 시점에 자체 예산만 가지고 전수조사를 하는데는 부담이 있었다"며 "전국 53개 교정기관이 있는데 1개 기관(서울 동부구치소)에만 예산이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무부 관계과에 협조를 구했는데 연말이고 하다보니 예산부분에 대해 쪼들리는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동부구치소에서 직원 확진자가 두자릿수로 늘어난 이달 11일 시점에는 지자체의 무료 검사 정책과 관계없이 수용자와 직원들에 대한 전수 검사를 국비로 실시할 법적 근거가 있었던 상황이라 지자체의 지원에 기대느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과거 질병관리당국에 몸담았던 전문가는 법무부가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할 수 없었다면 신속하게 방역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에 지원 요청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현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질병관리본부의 직전 본부장이었던 정기석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무부의 2020년도 예산 편성은 작년에 다 끝났을 것이니 우선은 법무부가 예산 전용을 시도해보고, 만일 자체 예산으로 불가능한 경우 중대본에 연락을 했다면 지원을 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
/연합뉴스
감염병예방법 및 정부지침상 동부구치소 전수검사비 국비지원 가능
전문가 "법무부 자체 예산 부족했다면 방역 컨트롤타워에 요청했어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집단감염 사태(29일 0시 기준 762명 확진)와 관련, 직원과 수용자들에 대한 전수 진단 검사를 조기에 실시하지 않은 배경을 놓고 서울시와 법무부가 사로 다른 주장을 펴 논란을 불렀다.
서울 동부구치소 관련 집단감염의 첫 환자는 11월 27일 확진된 직원 가족이며 곧이어 해당 직원도 확진됐다.
그리고 이달 12일까지 구치소 직원 11명이 추가로 확진됐으나, 법무부는 그때까지도 전수검사를 추진하지 않다가 수용자 중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나흘 뒤인 18일에야 1차 전수검사를 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29일 보도설명자료에서 "14일 수용자 1명이 확진돼 서울동부구치소는 역학 조사 시 수용자 전수검사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였으나, 서울시와 송파구에서는 '수용자 전수검사는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여 향후 추이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있어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추진하기는 곤란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어렵게 된 상황에서 법무부 또는 동부구치소 자체 예산만으로 전수검사를 하는 것은 곤란했다는 말이다.
그러자 서울시 관계자는 29일 "집단발생인 경우에는 (검사 대상자들이)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되므로 당연히 국비로 검사할 수 있다"며 반박했다.
전수검사 타이밍이 늦어지면서 동부구치소내 감염 확산의 들불을 잡지 못한 배경을 놓고 두 기관이 상대 탓을 하는 가운데, 검사 비용 부담의 주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연합뉴스는 법률과 관련 정부 지침 등을 토대로 법무부와 서울시의 주장을 검증해봤다.
◇감염병예방법 "국민은 감염병 진단받을 권리…국가와 지자체는 비용부담해야"
우선 관련 법률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6조 3항은 "국민은 의료기관에서 이 법에 따른 감염병에 대한 진단 및 치료를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하여야 한다"고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감염병 진단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비용 부담에 대한 중앙 및 지방정부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은 국민으로서 진단을 받을 권리가 있으며,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해당 비용 부담에 대한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정부 지침,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 있으면 국비 검사대상' 규정
그리고 지난달 12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작성한 '코로나19 검역대응 지침(제9-2판)'에 따르면 '조사대상 유증상자(Patient Under Investigation, PUI)'의 개념에는 '코로나19 국내 집단발생과 역학적 연관성이 있어 진단검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자'가 포함돼 있다.
정부 대응지침에 따른 '조사대상 유증상자'의 코로나 진단 검사 비용은 개인이 부담하지 않고,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가 부담해야한다.
이 지침대로라면 동부구치소에서 직원 확진자가 두자릿수로 늘어난 이달 11일 시점에서는 수용자와 직원들에 대한 전수 검사를 국비로 실시할 법적 근거가 있었던 셈이다.
법무부가 신속하게 나서지 않는다면 중대본이라도 나서 서둘러 실시했어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결국 "집단발생인 경우에는 검사 대상자들이 '조사대상 유증상자'로 분류되므로 국비로 검사할 수 있다"는 서울시의 지적은 타당해 보인다.
◇"법무부, 검사비용 조달 여의치 않으면 중대본에 요청했어야"
그렇다면 국비로 전수검사를 진행할 수 있었던 상황인데, 법무부와 그 산하 동부구치소는 왜 '예산 문제'를 거론했을까?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하기는 곤란했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일리가 있는 것일까?
비용을 분담할 지자체의 '관할' 문제와 연말 법무부 자체 예산 부족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법무부의 설명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서울시민들이 누구나 무료로 PCR(유전자증폭)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된 11월말쯤부터 동부구치소 신입 수용자 만이라도 전수검사를 하려고 서울시에 문의했는데 서울시는 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수용자만 가능하다고 했다"며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동부구치소 수감자 중 70%는 서울시민이고 30%는 그외 지역 거주자"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14일부로 수도권 전체에 걸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무료 PCR검사가 시행됐는데, 그 전 시점에 자체 예산만 가지고 전수조사를 하는데는 부담이 있었다"며 "전국 53개 교정기관이 있는데 1개 기관(서울 동부구치소)에만 예산이 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법무부 관계과에 협조를 구했는데 연말이고 하다보니 예산부분에 대해 쪼들리는 상황이었다"고 부연했다.
그러나 동부구치소에서 직원 확진자가 두자릿수로 늘어난 이달 11일 시점에는 지자체의 무료 검사 정책과 관계없이 수용자와 직원들에 대한 전수 검사를 국비로 실시할 법적 근거가 있었던 상황이라 지자체의 지원에 기대느라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와 관련, 과거 질병관리당국에 몸담았던 전문가는 법무부가 자체 예산으로 전수검사를 할 수 없었다면 신속하게 방역 '컨트롤타워'인 중대본에 지원 요청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현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질병관리본부의 직전 본부장이었던 정기석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법무부의 2020년도 예산 편성은 작년에 다 끝났을 것이니 우선은 법무부가 예산 전용을 시도해보고, 만일 자체 예산으로 불가능한 경우 중대본에 연락을 했다면 지원을 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팩트체크팀은 팩트체크 소재에 대한 독자들의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이메일()로 제안해 주시면 됩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