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김월회 서울대 교수, '무엇이 좋은 삶인가' 출간

시작된 것은 반드시 끝이 있게 마련인 것처럼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언젠가 죽음을 맞는다.

나이가 들며 죽음을 예감해도 어떻게든 죽음을 피하려는 게 인간의 본성이고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노인들은 종종 "늙으면 죽어야 하는데"라고 말하지만, 진심으로 죽고 싶어하는 마음을 내보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기도 하다.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아는 우리가 죽음 앞에 당당할 방법이 있을까.

서양고전학자인 김헌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교수와 동양고전학자인 김월회 서울대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함께 쓴 '무엇이 좋은 삶인가'(민음사)는 동·서양 고전을 중심으로 운명·행복 등 삶과 죽음에 관한 12가지 주제를 살핀다.

죽음 앞에 당당할 방법은…동·서양 고전서 찾는 삶의 지혜
김헌 교수는 '내가 살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의 목숨도 희생할 수 있다'는 내용의 그리스 신화를 예로 들며 존재하는 것들은 그 존재를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유지하기 위해 온 힘을 쓴다고 말한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페라이의 왕 아드메토스는 짧은 생을 살도록 예정돼 있었다.

신들로부터 자기 대신 죽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말을 듣는데, 부모도 자식도 기꺼이 나서지 않는다.

결국 그의 아내 알케스티스가 남편 대신 죽기로 한다.

이후 아드메토스의 친구 헤라클레스가 죽음의 신과 싸워 이기면서 알케스티스를 구해내고, 아드메토스와 알케스티스 모두 죽음을 피하게 된다.

책은 "인생의 종점에 도달했는데도 자식을 위해 죽을 의지가 없으신가"라는 아드메토스의 말에 그의 아버지가 "너는 햇빛을 보고 좋아하면서 나는 그러지 않을 거로 생각하느냐"고 거부한 대목을 밝히며, 죽음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거라고 설명한다.

김헌 교수는 '인간의 죽음은 영원한 사라짐이 아니며 감옥 같은 몸에서 영혼이 풀려나는 것'이라고 말했던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 '죽음이 다가올 때 몸과 영혼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헤아리라'고 한 로마 황제 아우렐리우스 등 사례도 제시하며 죽음은 피해야 할 게 아니라 내 삶을 완성하기 위해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에 김월회 교수는 공자와 장자 등 동양 사상가들의 삶을 바탕으로 죽음을 정면으로 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공자의 생각이 담긴 '논어' 등에서 죽음 자체를 다루진 않았지만, 공자가 사후를 언급하지 않은 건 죽음과 삶을 분리해 사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책은 설명한다.

김월회 교수는 "공자가 죽음을 등졌다고 해서 죽음을 부정하거나 죽음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며 "공자는 한 사람의 죽음은 그 사람은 소멸했지만, 그의 사후 존재는 살아 있는 우리 안에서 계속 살아 있다고 봤다.

죽음을 삶의 완성이라고 본 것"이라고 말한다.

장자는 저서 '대종사'에서 삶과 죽음을 각각 기쁨과 슬픔으로 연결하지 말라고 가르친다.

삶도 죽음도 때가 돼 이뤄지는 섭리이기 때문에 편안히 받아들이고 순응한다면 하늘의 속박에서 해방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책은 이런 장자의 사상을 거론하며 "죽음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밖에도 자신이 죽어 자신의 장례를 치르는 모습과 무덤에 매장된 상황 등을 노래한 중국 시인 도연명의 '만가시' 등을 소개하며 내가 왜 죽는지 분명히 알고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주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356쪽. 1만8천원.
죽음 앞에 당당할 방법은…동·서양 고전서 찾는 삶의 지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