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지급서 이주민 외면말아야…비대면 재외선거 도입 의견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드러난 문제점은 이주민과 재외국민의 상황이 내국인보다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질병은 피부색을 가리지 않으며, 이럴 때일수록 화합과 공생하는 분위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코로나시대 동포다문화] ③ "어려울수록 상생분위기 조성해야"
28일 국가인권위원회의 '코로나19와 이주민 인권상황 모니터링'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관련 정부 정책과 제도에서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이주민은 73.8%로 집계됐다.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배제(복수 응답)가 30.8%로 가장 많았고,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오는 재난문자'(29.8%),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된 코로나19 관련 안내·상담'(22.8%), '공적마스크 구입 배제'(16.6%) 등의 순이었다.

코로나19 피해와 관련해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적 없다는 응답은 61.0%로 나타났으며, 응답자의 42.6%는 정부가 제공하는 코로나19 피해 지원 제도 중 '아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67.6%가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의 차별과 혐오 정도가 심해졌거나 비슷하다고 답했고 코로나19와 관련된 일상적 차별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60.3%나 됐다.

장영식 일본 도쿄(東京)한국상공회의소 회장은 "750만 명의 재외동포는 해외에서 소수민족으로 살면서도 주류사회에 정착해 왔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다문화가정이 한국 사회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마련하고 융화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인실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한국다문화교육원 원장)도 "재난과 질병은 피부색을 가리지 않고 침투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다문화 가정을 향한 혐오 시선이 거세지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특히 국내 적응이 필요하고 언어가 서툰 다문화 가정은 내국인보다 출발선이 다른데, 이들의 정착을 위해 진행되는 교육이나 지원 등을 특혜라고 인식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지할 곳이 부족한 이방인이 지원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대표는 "얼마 전 정부나 지자체가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긴급생활비 지급을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반감의 목소리가 커지는 일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이들은 의지할 가족이나 지인이 없는 데다 경제적으로도 위기에 몰리는 등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납세와 근로의 의무를 다하는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일수록 정부가 합리적인 판단에 근거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을 주문하는 제안도 있다.

박흥순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장은 "이방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태도를 바꾸는 게 선결돼야 한다"며 "이주민이 감염의 원인이 아니라 우리와 더불어 견뎌 나가야 하는 동반자라고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코로나시대 동포다문화] ③ "어려울수록 상생분위기 조성해야"
해외에서 코로나19 상황을 견디고 있는 재외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할 수 있도록 비대면 재외선거 도입을 촉구하는 의견도 있다.

재외국민유권자연대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스위스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운데 11개국이 우편이나 인터넷 투표를 허용하고 일본,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공관·우편투표 양쪽을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로 미국 뉴욕 전 한인회장은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미국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대선 시 이메일로 투표 참여 여부와 우편과 인터넷 투표 중 어느 쪽을 원하는지 물어서 투표를 진행한다"며 "선진국은 이미 도입한 시스템을 IT(정보기술) 강국인 한국이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