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내년 2월 기본계획 확정…부산·경남 '공감' 형성 광주·전남 공동용역 앞두고 주춤…대전·세종시 '동상이몽' 전문가 "시행착오 줄이려면 중앙정부도 지자체와 함께 고민해야"
인구 감소 등으로 소멸 위기까지 거론되는 지방의 생존 전략으로 떠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 간 통합 논의가 새해에 본격적으로 물살을 탈 전망이다.
비대해진 수도권 일극 체제에 대응하려는 지방의 '초 광역화'는 곳에 따라 논의와 구상을 넘어서는 단계까지 진입하게 돼 대한민국 행정 지형 재편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그러나 통합 행정, 규모의 경제가 지향하는 효율을 달성하려면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와 까다로운 통합 절차 등 극복해야 할 변수가 만만찮은 상황이다.
◇ 대구·경북 "다음 선거에 통합 단체장 선출"…부산·경남 "통합 동의"·발 빠른 영남 27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행정통합 논의의 물꼬를 튼 대구·경북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공론화위)는 지난 19일에 이어 내년 1월 9일과 30일 등 3차례에 걸쳐 시·도민 대상 '열린 토론회'를 연다.
공론화위는 지역민 의견을 반영해 행정통합 기본계획안을 만들고 내년 2월 중순께 타운홀 미팅 방식 대토론회에서 이를 확정할 방침이다.
앞서 대구경북연구원은 현재의 1 광역시 8개 구·군, 1 광역도 23개 시·군을 대구경북특별자치도 31개 시·군·구로 조정하는 기본구상안을 내놓았다.
2022년 7월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는 게 목표다.
계획대로라면 그해 지방선거에서 1명의 통합 단체장을 선출하게 된다.
경제 통합 모델인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추진하던 부산·울산·경남에서도 행정 통합 움직임이 감지됐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달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산·경남 행정통합 제안에 부산시도 동의해왔다"며 "행정통합 추진단을 꾸리고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내년 경남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내놓은 '메가시티 구축을 위한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 제안'에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이 "경남과 행정통합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김 지사는 경남과 부산 먼저, 분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울산은 그다음에 합치는 2단계 통합 로드맵을 제시했다.
◇ 광주·전남 '공항 이슈' 변수…대전시 '메갈로폴리스' 구상도 광주·전남도 행정통합 논의에 합의했지만, 첫 단계인 연구 용역 발주를 앞두고 주춤거리고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난달 2일 용역 1년, 검토 6개월을 거친 뒤 행정통합, 경제통합 등을 추진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그로부터 2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내년 1월 용역을 시작한다는 계획은 실현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광주 민간 공항을 내년까지 전남 무안으로 이전·통합한다는 2018년 시·도의 협약 이행을 광주시가 유보하면서 균열이 생겼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군 공항 이전 추진과 연계해 민간공항 이전 시기를 추후 결정한다는 방침을 밝히자 전남도의회는 '협약 파기'로 간주하고 행정 통합 용역 예산을 삭감했다.
전남도로서는 추경이나 예비비 등으로 예산을 확보할 여지가 있더라도 도의회의 삭감 취지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용역을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충청권에서는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7월 대전시와 세종시의 통합을 제안하면서 논의가 가시화했다.
허 시장은 한발 더 나아가 '충청권 메갈로폴리스(초거대도시)' 개념을 꺼내 들었으나 세종시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전국 최대 규모인 경기도에서는 거꾸로 '분도(分道)'론이 주목받는다.
경기도를 남부와 북부로 나눠 별도의 자치도로 분할하자는 것이다.
인천에서는 이와 연동해 인천과 경기 부천·시흥·김포를 통합해 인구 500만 명의 제1 광역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 산발적 논의엔 시행착오 따를 듯…법적·제도적 뒷받침 요구 광역단체들의 '몸집 불리기'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1986년 분리된 광주·전남, 1981년 분리된 대구·경북 등은 재결합을 통해 지방 거점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효과적인 자원 배분으로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광주와 대구가 '소(小) 블랙홀'이 돼 전남과 경북의 인적 자원이나 자산을 흡수해 또 다른 불균형을 낳을 것이라는 반발이 잠재한다.
당위성, 공감대와 별개로 현실적인 변수도 많다.
통합 청사 소재지, 교사·공무원 등 인사 발령, 지방의회 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아우르는 분석과 전망이 수반돼야 한다.
단체장 선출 방식, 통합 후 시·도의 지위, 정부 재정 지원 규모와 방식 등도 논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발적인 통합 논의·추진 과정에서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일각에서 연방제 수준의 분권 필요성까지 제기되는 점을 고려하면 중앙 정부의 법적·제도적 뒷받침 없는 논의는 시행착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재영 광주전남연구원장은 "어미 닭은 밖에서, 병아리는 알 속에서 쪼아 껍질을 깨뜨리는 줄탁동시라는 말처럼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함께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통합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도 굉장히 엇갈리는 만큼 장점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모델을 찾기 위해서는 해당 시·도의 공감, 시·도민의 합의 속에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