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이냐 선거 승리냐…'불가근불가원' 딜레마
재보선 공관위 단일화 명분 될까…정진석 "安 매력적 중도주자"

본격적인 선거 국면 진입을 앞두고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연일 야권 단일화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데다 직무에 복귀한 윤석열 검찰총장이 보수 주자로서의 무게를 한층 더하며 야권 지형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그간 안 대표와 윤 총장을 비롯한 외부 주자군에 대해 "당 밖 사람"이라며 초지일관 선을 그어왔다.

제1야당으로서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전략적 거리두기'로 이해하는 시각이 대체적이나, 일각에서는 당의 외연확장을 위해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갈수록 커지는 '安·尹 바람'…김종인의 선택은?
한 주요 당직자는 27일 통화에서 "안 대표의 도발적인 언행이 달갑지는 않지만, 대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며 "쇄당정책이 답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외연확장을 강조해온 김 위원장이 단일화 문제에서 이처럼 방어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 자기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비대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군불 때기였다.

안 대표가 본격 출마행보를 시작하고 당 공관위가 활동에 나서는 만큼 분위기는 빠르게 달라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당의 운명이 경각에 달린 상황으로, 짠맛 매운맛 가릴 때가 아니다"라는 판단을 하고 있으며, 외부 주자들에 대해서도 "최근 사석에서조차 호불호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오는 30일 첫 회의를 앞둔 공관위가 김 위원장에게 단일화의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공관위원장을 맡은 정진석 의원은 실제로 단일화 논의에 한층 전향적이다.

그는 이날 통화에서 "야권의 구성원은 모두가 단일화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다"면서 "단일화 방식이니, 주도권이니 하는 것은 모두 논공행상이며, 선거 승리라는 대의를 보는 김 위원장도 마찬가지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입당을 전제로 국민경선 비율 확대를 제안하거나 공관위와 동시에 별도 플랫폼에서 단일화 논의를 '투트랙'으로 진행하는 등의 구체적인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갈수록 커지는 '安·尹 바람'…김종인의 선택은?
한편, 정 의원은 안 대표에 대해 "중도를 선점하고 있는 주자 중에 개인적으로 매력을 느끼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며 "좀 더 유연한 태도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총장에 관해서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탐독했다고 한다.

이보다 눈길을 끄는 이야기가 있느냐"며 범보수 야권 주자로 잠재력에 무게를 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