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 단체는 정부에 직접 이 같은 요구를 전달하기도 했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성명을 내고 “완성차 업체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할지에 대한 판단은 지금까지 비정상적인 시장의 최대 피해자인 소비자의 후생을 보장하는 관점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중고차 시장은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불투명하고 낙후돼 있다”며 “거래 투명성을 확대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중고차 구입 후 사후 관리 부족 △인증 중고차 제도 부재에 따른 소비자 권익 침해 △중고차 매매업체의 허위·미끼 매물 문제 △과도한 알선수수료 문제 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일반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2~3일 국내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80.5%가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하고 혼탁하다고 답했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63.4%가 찬성했다. 반대한다는 의견(14.6%)의 네 배 수준이다. 찬성 이유로는 △성능 및 품질 관리 양호(41.6%) △허위매물 등 기존 문제점 해결 기대(41.4%) △대기업에 대한 신뢰(7.4%)를 꼽았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2만6000명(시장별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평가점수는 77점(100점 만점)으로 전체 조사 분야 26개 중 두 번째로 낮았다. 지난 조사(2017년)와 비교하면 유일하게 점수가 떨어진 분야다. 소비자원은 “중고차 시장은 신뢰성과 비교용이성(대안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지표) 등 부문에서 점수가 크게 하락했고,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