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까지 중고차 직접 파는데…현대차는 준비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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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추적 - 규제에 묶인 중고차 시장
올해도 물건너간 완성차 업체 중고차 진출
'생계형 적합업종' 규제에
국산 중고차 시장 갈수록 축소
수입차는 올 거래량 사상 최대
올해도 물건너간 완성차 업체 중고차 진출
'생계형 적합업종' 규제에
국산 중고차 시장 갈수록 축소
수입차는 올 거래량 사상 최대
슈퍼카로 불리는 람보르기니는 지난달 국내에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했다. 회사 기술인력이 직접 품질을 검사해 통과한 차량을 사들여 재판매한다. 이로써 국내에 진출한 수입차 브랜드 20여 곳이 모두 중고차 판매업을 하게 됐다. 벤츠, BMW, 아우디는 물론 랜드로버, 페라리, 포드, 렉서스 등이 모두 국내에서 중고차를 직접 사들여 되판다.
반면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산 브랜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한 ‘낡은 규제’ 탓에 브랜드 가치 손상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 수입 중고차와 달리 국산 중고차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이유다. 정부가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다 소비자 선택권과 후생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 중고차 시장의 급성장은 수입차 업체들이 일찌감치 중고차 판매업에 뛰어든 덕분이다. 2015년 중고차 판매업을 시작한 아우디는 지난 10월 대전과 경남 양산에 중고차 전시장을 새로 마련했다. 중고차 전시장만 전국 11곳으로 늘었다. 2018년 국내 중고차 판매업에 뛰어든 볼보는 지난해 중고차 부문에서 98% 성장세를 기록했다. 포르쉐 역시 올해 중고차 판매량이 70% 이상 증가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냈다. 중기부는 관련 법에 따라 올 5월까지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도 시한을 7개월가량 넘긴 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중기부 내부에서도 “심의위를 열 경우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을 더 이상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를 지속할 명분을 찾지 못하자 아예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중기부는 대신 완성차업계에 기존 매매업자와의 상생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주행기간 6년, 주행거리 12만㎞ 이내 중고차만 취급하고,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방안을 전달했다. 중기부는 그러나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 보호를 우선하면서 국산차 소비자들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2017년식 현대차 주요 차종의 감가율은 같은 연식, 동급의 수입차 감가율보다 5%포인트 안팎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사고 이력을 알 수 없는 국산 중고차를 싸게 샀다가 피해를 본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제한이 없는 미국에서는 한국 브랜드와 외국 브랜드의 중고차 감가율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식 아반떼의 평균 감가율은 34.8%로, 경쟁차종인 폭스바겐 제타(34.8%)와 같았다. 2017년식 쏘나타(43.3%)와 폭스바겐 파사트(43.9%)도 비슷했다.
중고차 경쟁력이 신차 경쟁력까지 좌우한다는 점에서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시민단체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중고차 시장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반면 현대·기아자동차 등 국산 브랜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한 ‘낡은 규제’ 탓에 브랜드 가치 손상 등의 피해를 보고 있다. 수입 중고차와 달리 국산 중고차 시장이 갈수록 쪼그라드는 이유다. 정부가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다 소비자 선택권과 후생을 오히려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입 중고차 거래 사상 최대
25일 국토교통부와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수입 중고차 거래 규모는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11월까지 거래량은 32만9393대로,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량(31만3324대)을 넘어섰다. 이는 수입 중고차 매매업자가 소비자에게 팔거나 소비자끼리 사고판 차량만 집계한 것이다. 매매업자가 사들인 수입 중고차 물량까지 더한 총 거래량은 올해 처음으로 5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수입 중고차 시장의 급성장은 수입차 업체들이 일찌감치 중고차 판매업에 뛰어든 덕분이다. 2015년 중고차 판매업을 시작한 아우디는 지난 10월 대전과 경남 양산에 중고차 전시장을 새로 마련했다. 중고차 전시장만 전국 11곳으로 늘었다. 2018년 국내 중고차 판매업에 뛰어든 볼보는 지난해 중고차 부문에서 98% 성장세를 기록했다. 포르쉐 역시 올해 중고차 판매량이 70% 이상 증가했다.
현대·기아차는 구경만
반면 현대·기아차 등 국산 완성차 업체는 구경만 하고 있다. 대기업이라는 이유로 정부가 중고차 판매업 진출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3년씩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2월 기한이 끝났지만, 정부는 이번엔 ‘생계형 적합업종’ 제도를 내세워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제한하고 있다.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중고차 판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에 일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중소벤처기업부에 냈다. 중기부는 관련 법에 따라 올 5월까지 심의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도 시한을 7개월가량 넘긴 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중기부 내부에서도 “심의위를 열 경우 대기업의 중고차 판매업을 더 이상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를 지속할 명분을 찾지 못하자 아예 절차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중기부는 대신 완성차업계에 기존 매매업자와의 상생방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완성차업계는 주행기간 6년, 주행거리 12만㎞ 이내 중고차만 취급하고,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의 방안을 전달했다. 중기부는 그러나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산차 소비자만 역차별
그러는 사이 국산 중고차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 국산 중고차 거래량은 2016년 231만7922대에서 해마다 감소해 지난해엔 218만3179대로 줄었다. 올해는 11월까지 211만1442대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중고차 시장의 불투명성에 따른 소비자 불신이 커진 탓”이라고 지적했다.정부가 기존 중고차 매매업자 보호를 우선하면서 국산차 소비자들이 역차별당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2017년식 현대차 주요 차종의 감가율은 같은 연식, 동급의 수입차 감가율보다 5%포인트 안팎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은 “사고 이력을 알 수 없는 국산 중고차를 싸게 샀다가 피해를 본다”고 하소연한다.
반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 제한이 없는 미국에서는 한국 브랜드와 외국 브랜드의 중고차 감가율이 거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식 아반떼의 평균 감가율은 34.8%로, 경쟁차종인 폭스바겐 제타(34.8%)와 같았다. 2017년식 쏘나타(43.3%)와 폭스바겐 파사트(43.9%)도 비슷했다.
중고차 경쟁력이 신차 경쟁력까지 좌우한다는 점에서도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시민단체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의 임기상 대표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중고차 시장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