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바람’이 완성차업계를 넘어 렌터카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전기차 신모델이 대거 출시되는 내년을 앞두고 전기차를 경험해보려는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무제한 충전 등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로 ‘고객 잡기’에 나섰다.

24일 롯데렌터카에 따르면 지난달 말까지 계약된 전기차 장기렌터카 누적 대수는 8200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전기차 계약은 2550대에 그쳤다. 약 1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SK렌터카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보유 대수가 작년 대비 두 배가량 증가했다.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은 롯데렌터카 기준으로 현대자동차 코나EV(33.9%)였다. 테슬라의 모델3(28.9%), 쉐보레의 볼트(27.6%)가 뒤를 이었다.

계약의 절반 이상은 개인 고객이다. 올 들어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개인 소비자 수요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완성차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전기차 신모델을 선보이기 전에 경험해보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충전 등 진입 장벽이 있어 바로 신차를 구매하기보다 장기렌터카로 먼저 타보려는 수요가 많다”고 설명했다. 연 단위 장기렌터카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소비자가 차량을 인수하지 않고 반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전기차를 장기로 빌리면 중고차 가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전기차 중고 시장은 아직 초기라 중고가를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장기렌터카는 업체가 중고 판매를 책임지기 때문에 전기차 고객에게도 유리하다. 전기차 구매 시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지급하는 보조금 신청을 비롯해 보험료, 세금 납부도 업체에서 모두 대행한다.

내년에는 전기차 렌터카 시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는 내년을 ‘전기차 원년’으로 삼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적용한 신차를 본격 출시한다.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자동차 CV, 제네시스 JW 등이 상반기부터 줄줄이 출시될 예정이다. 테슬라는 내년부터 국내에 모델Y를 출시하고,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사도 내년 출시를 목표로 전기차를 개발 중이다.

전기차 수요 확대에 맞춰 렌터카업체들은 신상품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SK렌터카는 최근 한국전력과 손잡고 월 대여료만 내면 전기차를 무제한 충전할 수 있는 ‘EV올인원’을 출시했다. 롯데렌터카도 GS칼텍스와 함께 충전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놨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