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사도 없이 중대재해법 처리? 국민의힘 내부도 '부글부글'
국민의힘 지도부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화 통과에 협조하겠다”고 연일 공언하지만 당 내부에선 “선거를 의식해 지도부가 ‘덜컥’ 찬성 입장부터 내놨다”는 비판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사회,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 등을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즉흥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4일 국회 비상대책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 “여당이 단일안을 만들어오면 언제든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여당 내부 의견을 정리하지 못한 채 위헌소지가 있고 현행 법 체계와 맞지 않는 법을 심사하자고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이번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하자는 종전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무게 중심이 점점 ‘법률안 통과’보다 ‘법률안 문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국회에 발의된 5건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에 대해 “법 제정 원칙에 맞지 않는 조항들이 너무 많다”, “중소기업 미치는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들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지난 23일 발표한 공동 성명서에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률 체계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회) 법제실의 공식적인 결재를 받지 못했다”고 비판한 이유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측이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여당부터 단일안을 내라”고 하는 이유는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전략때문으로 해석됐다. ‘법 통과’를 내걸고 단식하는 산재사고 유가족들을 자칫 자극하면 중도 성향 표가 우수수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아서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당내 인사들도 “당 지도부가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심의하는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의 경우 공식적으로 간사 부재 상태다. 종전 간사를 맡았던 김도읍 의원은 지난 9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과 상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강행처리된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며 당에 ‘간사’ 사임계를 제출했다. 당 지도부는 “적합한 사람을 찾아보겠다”고 했지만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도록 간사 선임에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 소속 여당의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처리하겠다는 제 1야당이 법사위 의사 일정, 안건 등을 협의할 간사도 못정하고 있다”고 비아냥댈 정도다.

법안의 주요 쟁점 사항에 대한 입장도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 “현행 법 체계와 맞지 않다”고 지적을 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이 문제인 지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있다. 제정법인데도 불구하고 당 차원의 공청회나 간담회도 열지 않았다. 법사위 의원들이 당 지도부에 “쟁점 조항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법안에 찬성한다고 하는데 법안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독소조항이 수두룩하다”며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률인데도 불구하고 당이 낼 수 있는 입장이 많지 않다”고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