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거쉬만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 사진=NED
칼 거쉬만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 사진=NED
칼 거쉬만 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장이 통일부가 자신의 발언을 왜곡해 인용했다고 비판했다. 통일부가 지난 15일 배포한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에 관한 설명자료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 인권을 오히려 약화시킨다는 주장의 근거로 인용한 자신의 발언이 맥락을 보지 않은 ‘짜깁기’라는 것이다.

거쉬만 회장은 22일(현지시간)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통일부가 대북전단과 관련해 내가 미국의소리(VOA)와 한 인터뷰를 오용한데에 대해 실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에 가장 중대한 위협은 북한의 전체주의 정권과 핵무기,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정보를 차단하려는 시도”라며 대북전단금지법을 비판했다.

앞서 통일부는 개정안 설명자료에서 “(대북전단의) 정보 전달 효과는 크지 않기 때문에 북한 주민에게 알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거쉬만 회장의 발언을 인용했다. 당시 설명자료는 “거쉬만 회장도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가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이는 개정안을 비판하는 그의 발언 중 관련 단체를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이유에 대한 부분만을 발췌한 것이었다. 거쉬만 회장은 지난 6월 VOA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 살포 단체 지원 여부에 대해 “대북전단 살포가 아주 효과적인 정보유입 방법이라고는 보지 않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는다)”며 “대북전단이 위협이라는 주장은 완전히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이어 “대북전단금지법이 한국의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만을 손상시킬 것”이라는 유감도 표명했다.

거쉬만 회장은 NED가 전단 살포 단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지 않지만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NED는 어떠한 전단살포 활동에도 기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지만, 정확하고 새로운 정보를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시민사회 단체들을 지지한다”며 “이들 없이는 북한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북전단 후원금을 문제삼은 여당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일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개정안 비판에 대해 “내정간섭”이라며 “미국 일부 단체들의 대북전단 후원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개정안 처리에 반대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강제로 종료하고 범여권 의원들과 함께 개정안을 강행처리했다.

거쉬만 회장은 서호 통일부 차관의 최근 기고문도 비판했다. 그는 “정보 확산을 범죄시하는 것은 서 차관의 주장처럼 더 효과적으로 인권을 향상시키는 방법을 촉진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역효과를 내 남북한 사이 분단의 벽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 차관은 지난 20일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기고문에서 “북한 인권 문제 향상시키려는 시민사회와 국제단체의 노력은 중요하다”면서도 “남북한 대화와 교류 및 협력을 확대하고 북한이 국제 사회와의 교류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를 이루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