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시설 관리강화, 여행·모임 통한 확산차단 위한 조치
'연말연시 핀셋방역' 선택…일부 전문가들 "방역사각 생길 가능성"
전국 5인이상 식당 모임 금지-스키장·명소폐쇄 대책 통할까(종합)
정부가 22일 내놓은 방역강화 특별대책은 감염 취약성이 우려되는 연말연시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로의 격상 없이 방역 관리의 강도를 실효성 있게 끌어올리겠다는 정책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근 1주일간 1천명 안팎을 기록하는 상황에서, 오는 25일 성탄절과 이후 연말연시 모임 등 사람 간 접촉이 많이 증가할 시기가 임박하면서 정부로선 방역 강도를 끌어올리는 조처가 불가피했다.

지역 사회 곳곳에 잠재한 감염 위험을 줄이고 현재보다 더 큰 규모로 확진자 수가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선택한 것은 거리두기 격상과 별개로 특정 조건에 따라 방역 강도를 극대화하는 '핀셋 방역' 카드를 다시 꺼내는 것이었다.

이번 조치는 크게 요양병원·요양시설·종교시설 등 최근 집단감염이 많이 발생한 곳에 대한 방역관리를 강화한 것과 연말연시 여행과 모임을 억제하는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전국 5인이상 식당 모임 금지-스키장·명소폐쇄 대책 통할까(종합)
◇ 수도권 2.5단계에도 확진자 속출…연말연시 방역대책 발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최근 1주일간 해외유입을 제외한 국내 발생 확진자가 일평균 985.6명으로 1천명에 육박하자 연말연시 대책을 추가로 내놨다.

전날에 이어 이날 신규 확진자는 이틀간 1천명 아래로 내려오긴 했지만, 1주간 단위로는 이미 3단계 기준(전국 800명∼1천명 이상 또는 더블링 등 급격한 환자 증가)을 넘어선 상황이다.

또 인공호흡기와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 치료가 필요한 위중증 환자 역시 증가세를 보여 이날 281명으로 집계됐고, 하루 사망자 수도 8일째 10∼2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정부는 현재 신규 확진자 수는 3단계 기준에 부합하지만, 역학적·의료적 대응에는 여력이 있다면서 단계 격상에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의 이런 결정은 3단계 격상시 따르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도 고려한 것이다.

3단계로 올릴 경우 최대 202만개의 시설이 문을 닫거나 운영이 제한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리두기 격상 대신 일상 영역에서 사람의 이동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왔다.

연말연시 사람들의 이용이 많은 스키장 등 겨울 스포츠 시설 운영을 금지했고 주요 관광명소까지 폐쇄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마스크 착용이 어렵다는 점을 반영해, 식당 내 5인 이상 모임도 금지했다.

◇ 연말연시 대책 일부 규정은 3단계보다도 '강수'…일각에선 실효성에 '의문'
이번 연말연시 대책 중 일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조처보다 강력하다.

거리두기 3단계에서는 '10인 이상 모임·행사'를 금지하는데, 이번 대책에서는 식당 내 모임의 인원 수를 더 낮게 잡았다.

전날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수도권 3개 시도는 오는 23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5인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발동한다고 발표했는데, 정부가 이날 발표한 연말연시 방역강화 특별대책도 '5인 이상' 사적 모임 취소를 권고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수도권에 내려진 일부 조처를 전국 단위로 확대한다는 의미도 있다.

앞서 수도권 행정명령으로 인해 오히려 비수도권에서 모임이 증가하는 '풍선효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티룸에 내린 집합금지 조처와 요양병원·시설 종사자에게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3단계 조치에는 없는 내용이다.

또 호텔 등 숙박시설 예약을 2분의 1로 제한한다는 것도 이번에 새로 적용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와 관련, "이 부분은 연말연시라는 특수한 기간에 이동량 감소를 목적으로 적용하는 강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적 모임을 규제하는 만큼, 대책이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또 겨울철 레저시설, 관광명소 등 일부 시설에만 운영중단 조처를 내리면서 방역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적 모임을 어떻게 모니터링할지, 또 이번 조처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전체적으로 거리두기 단계를 높이지 않으면 빈 곳이 생길 것으로 본다"면서 "지금처럼 코로나19 확산이 잘 되는 계절에는 작은 틈만 있어도 큰 유행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