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요건 안맞아 임대계약 해지…대법 "건물주 책임 아냐"
병원을 열기 위해 건물 임대차 계약을 했다가 건축기준이 맞지 않아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다면 병원 건축기준을 잘 알지 못했던 임대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한의사 A씨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원고 패소 취지로 깨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3월 한의원을 개설하기 위해 B씨의 건물을 빌리기로 하고 임대차 계약을 했다.

하지만 A씨와 B씨는 1천㎡ 이상인 병원급 의료기관은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건축물까지 2m 이상 간격을 두도록 하는 등 제한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A씨가 임대한 건물은 이런 건축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A씨는 B씨에게 임대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 측은 병원의 건축기준을 알지 못했을 뿐 계약 해지 책임은 없다며 맞섰고 결국 A씨는 소송을 냈다.

1심은 A씨와 B씨 모두 병원의 건축기준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관련 책임을 B씨에게 부담하도록 한다는 약정은 없었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B씨가 A씨에게 임대 보증금 등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애초부터 B씨의 건물은 건축 기준상 A씨가 계획했던 규모의 병원 개설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들이 맺은 임대차 계약은 무효라는 것이다.

하지만 판결은 대법원에서 다시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가 1천㎡ 이상의 의료기관 개설은 불가능했지만 일부를 식당으로 활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1천㎡ 미만의 병원 개설이 가능했던 점에 주목했다.

그러면서 계약 당시 병원의 규모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A씨가 원하는 규모의 병원을 개설하지 못했다고 해서 이를 B씨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계약 당시 'A씨가 1천㎡ 이상 규모의 의료기관으로만 개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혹은 '그런 사용이 가능하도록 임대인이 책임진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서로 의사의 합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