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대응 속 정치적 계산…英-佛 담판 가능성"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협상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 선데이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EU 회원국 중 브렉시트 협상에 프랑스만큼 공개적인 입장을 취한 국가는 없다며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진단했다.
한 외교관은 "프랑스는 모든 회의 때마다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려는 다른 회원국들과 달리 확약을 받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EU 측 협상 수석대표인 미셸 바르니에의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어 결국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담판으로 귀결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EU 회원국 내 목소리는 프랑스와 독일이 좌지우지하지만,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하는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진작 "나쁜 합의를 하느니 아무런 합의도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나오는 해석이다.
EU 측 바르니에 대표를 막후에서 압박하는 게 필리프 레글리즈 코스타 EU 주재 프랑스 대사라는 복수의 EU 관계자들의 증언도 영국-프랑스 담판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준다.
브렉시트 협상에 관여하는 영국 정부 소식통들은 마크롱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영국과 EU의 합의 무산 시나리오에 만족한다고 믿고 있다고 한다.
영국과 EU가 끝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내년 봄 영국이 다시 협상 테이블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게 마크롱 대통령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선데이타임즈는 마크롱 대통령이 보여준 태도는 브렉시트 협정이 27개 EU 회원국과의 협정이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협정처럼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프랑스가 오랫동안 영국과 유지해온 애증 관계뿐만 아니라 북부지방 어업 종사자들의 생계와 직결된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영향을 미쳤다.
자칫 프랑스 측에 불리한 협상이 타결된다면 인구 600만의 오드프랑스 광역주의 경제를 뒤흔들어놓을 테고 그러면 표심도 날아갈 수밖에 없다.
영국과 EU는 올해 12월 31일 브렉시트 전환기간 종료를 앞두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여전히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측이 올해 연말까지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편입해 수출입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고 비관세 장벽도 생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