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비판 확산할 경우 한국 정부에 부정적 인식 형성 우려도
정부, 미국에 법 취지 설명…"접경주민 보호 위한 최소한의 조치"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 '불편한' 변수되나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한미관계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전통적으로 인권을 중시해온 미국 민주당 정부가 내년 1월 들어설 때까지도 논란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가 다소 불편한 위치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 법에 대한 미국 내 비판의 초점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 처음 이 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을 당시 국내에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 여부가 주요 쟁점이었는데, 똑같은 논란이 미국발로 터진 것이다.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 의원(공화당)이 지난 11일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마이클 맥카울 하원 외교위원회 공화당 간사와 미국 지한파 의원 모임 '코리아 코커스' 공동의장인 제럴드 코널리 하원의원이 각각 15일과 17일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 영국 의회 내 '북한에 관한 초당적 의원모임'(APPG NK)의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이 자국 외교장관에 서한을 보내 한국 정부에 문제를 제기할 것을 촉구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 서한에는 국민의힘 태영호, 지성호 의원도 서명했다.

현 트럼프 행정부는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지만, 우려 섞인 시선이 감지된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최근 방한 기간 미 행정부의 우려를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이 지난 17일 칼럼에서 소개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도 지난 18일 강창일 주일대사 내정자와 오찬에서 대북전단금지법과 5·18 역사왜곡처벌법에 인권과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가 없는지 물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해외 일각의 이런 움직임이 입안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고 본다.

북한이 전단 살포를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고사포 사격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등 무력으로 대응한 전례가 있는 상황에서 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위해 살포를 금지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최종건 외교부 1차관도 "120만 접경지역 주민들의 생명권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정부와 여당은 미국 일각의 이런 비판을 '내정 간섭'으로까지 규정하며 반발하고 있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대해선 설사 '내정'이라도 외부의 견제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다소 과한 반응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교부는 주미한국대사관을 중심으로 미국 의회와 인권단체 등에 법안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 '불편한' 변수되나
그러나 미국 내 정치권과 인권단체 등이 계속 문제를 제기할 경우 한국 정부의 인권 의식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심사는 내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전단금지법, 더 나아가 북한인권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어떻게 보느냐다.

물론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고려했을 때 이 법에 대해 다소 시각차가 있더라도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인권 문제를 둘러싼 잡음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관계에 분명 긍정적인 요인은 아니어서 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21일 "미국이 이 문제를 다른 현안의 선결 조건으로 삼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한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되는 것은 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오해가 깊어지면 안 된다"며 "마치 한국 정부와 북한이 한편이고, 한국 내 탈북단체와 미국이 다른 편인 최악의 구도로 인식되지 않도록 잘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을 비판한 미국 의원들이 그 내용을 온전히 숙지하지 못하고 비판하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코널리 의원은 성명에서 법안이 인쇄물, 보조저장장치, 현금 등을 남북 국경 및 중국 같은 제3국을 통해 보내는 것을 불법화한다고 했지만, 이 법은 제3국 내 활동까지 규제하지는 못한다.

법안은 '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도 '살포'의 범주에 포함했지만, 이는 한국 영토·영해에서 뿌린 전단 등이 제3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갈 경우를 규제하는 것이지 중국 등에서 북한에 전달하는 행위는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통일부 설명이다.

대북전단금지법 논란,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 '불편한' 변수되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