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덕 신임 한반도본부장 임명…첫 과제는 바이든 측과 관계 구축 '최장수 기록' 문재인 정부 초대 본부장 이도훈, 비건과 함께 퇴장
정부가 내년 조 바이든 미국 새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한미 양국의 북핵 협상 대표가 비슷한 시기에 바뀌게 됐다.
미국의 새 외교·안보 라인 구성에 맞춰 외교부의 북핵 외교 요직을 교체해 정체된 북미 대화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인사로 해석된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가 아직 불투명한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대화 여건도 녹록지 않아 신임 본부장에 놓인 과제가 쉽지 않다.
외교부는 21일 노규덕 국가안보실 평화기획비서관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 임명했다.
한반도본부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목표로 하는 북핵 외교를 담당하는 외교부의 핵심 보직이다.
한국 정부를 대표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과 대북 정책 공조를 담당한다.
노 본부장은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평화기획비서관을 지내며 관련 경험을 쌓았다.
대북정책과 평화체제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평화기획비서관 출신으로는 김홍균 본부장 이후 두 번째다.
외교부 중국몽골과장을 역임해 중국을 잘 알고, 대변인 시절 언론과 원활하게 소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본부장의 최우선 과제는 내년 1월 출범하는 바이든 행정부와 대북 정책 조율 및 소통 채널 구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반영되도록 바이든의 외교·안보 라인을 설득하고, 되도록 이른 시일에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도록 하는 게 관건이다.
바이든 측은 그간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방식을 비판해온데다 오바마 시절의 강경한 대북 기조를 반복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어 노 본부장의 어깨가 무거울 전망이다.
북한도 당장은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며 바이든 행정부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그간 북한의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내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노 본부장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곧 출범하게 될 바이든 행정부를 포함해서 관련국의 각 대표와 하루 속히 긴밀한 소통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초대 본부장을 지낸 이도훈은 이 자리가 신설된 2006년 이래 최장수 기록을 남기고 물러났다.
이 전 본부장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정세가 엄중했던 2017년 9월 18일 임명돼 북한의 추가 도발 방지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다 2018년 2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여를 계기로 한반도에 훈풍이 불었고, 한반도본부도 북미 대화 진전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했다.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면서 이 본부장은 역대 그 어느 본부장보다 목적 달성에 한층 다가선 듯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됐고, 2019년 10월 스톡홀름 북미실무협상 이후에는 한미 양국의 계속된 노력에도 북미 간 대화가 중단된 상태다.
이 본부장으로서는 많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 본부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아쉬운 게 많다"며 "한미 간의 공조를 잘해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서 애를 썼는데 아쉽지만 주어진 환경 내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핵 외교는 남북미 정상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관료들의 역할이 두드러지지 못한 측면이 있지만, 이 본부장은 미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비건 대표와 업무관계 이상의 친분을 쌓으며 탄탄한 소통 채널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한국을 '고별 방문'한 비건 대표는 이 본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2년 반 임기를 돌아보면서 "당신(이도훈)과 나, 양국 협상팀 간 우정의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