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기후위기] ⑦친환경, 이제는 신성장 동력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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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 비용 투입 아닌 '투자와 고용 창출' 모델로 부상
車 시장 침체에도 전기차는 급성장…신재생에너지 단가, 화석 연료보다 낮아져
"한국은 친환경 세계시장 이끌 경쟁력 갖춰"…'산업계 비용 부담·전력안정 확보'는 해결 과제
다가온 기후위기 / 연합뉴스 (Yonhapnews)
탐사보도팀 =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에디슨모터스 버스 조립공장 앞. 출고 대기 중인 전기버스와 압축천연가스(CNG)버스 30여 대가 줄지어 서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2009년부터 한국 최초로 전기버스를 제조해 판매하는 업체다.
이곳에서는 연간 150여 대의 전기버스를 만든다.
3만 평에 달하는 공장 부지 안에는 길이 295m, 폭 100m의 버스 조립공장이 있다.
여기서 고·저상 전기버스, 중형 전기버스(마을버스), 고·저상 CNG버스 등 다섯 종류의 친환경 버스가 만들어진다.
160여 명의 직원이 하루 3대씩 버스를 생산한다.
전기버스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부터 전기버스를 운행할 때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모두 따져도 내연기관 버스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디젤 버스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75%나 감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전기차 연료비는 내연기관 차량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고, 생산 비용 또한 점차 낮아져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내연기관차가 모두 전기차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국내 산업계와 에너지 부문에 막대한 비용을 떠안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기후변화가 단순한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경기침체로 시름 하는 지금 대대적인 투자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 경제에 각국 정부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車시장 침체에도 전기·수소차 시장은 급성장…한국, 선두권 부상
기후변화 대응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30%가 수송 부문에서 사용된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차량의 보급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내연기관 퇴출을 위한 시간표를 잇달아 제시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승용차·소형 밴 등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고, 영국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9천만 대에 육박했던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얘기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패자로 부상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전통적인 자동차 '빅3'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3개 사를 합한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드는 친환경 차량 부문에서 국내 기업은 선두권으로 부상해 한국 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작년보다 33% 증가한 6만1천 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5.6%로 세계 4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11종을 포함한 23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여 글로벌 연 100만 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포부를 지녔다.
김태언 현대기아차 경영전략실 상무는 "이는 현대 브랜드를 단 전기차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증거"라며 "저가의 소형 전기차가 선전하는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 특히 친환경차 보급 속도가 빠른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한국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에서 세계 5위 안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개 사가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전기차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는 수소차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수소차는 트럭, 열차 등 대형차량 부문에서 전기차를 월등히 앞서는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는 장거리 운행을 위해 무거운 배터리를 여러 개 탑재해야 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수소차는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는 수소를 더 싣기만 하면 돼 효율성이 훨씬 뛰어나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 스위스를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로템은 수소리포머(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 공장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부터 연간 4만 대 규모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수소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수소 생산에서 저장, 운송, 활용까지 수소산업 가치사슬 전반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SK그룹도 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 신재생에너지 '거대한 시장'이 떠오른다
수송 부문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발전 시장에서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껏 에너지 생산의 주축을 이뤘던 화력발전이 빠르게 퇴조하고, 그 빈 자리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채우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올해 미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했지만, 풍력발전 시장만은 작년 대비 9.2% 성장해 대조를 이뤘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량을 현재의 5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들도 일조량이 풍부한 사막 지형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에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 발전 부문의 급격한 성장은 신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의명분'뿐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미 기존 화력발전보다 더 낫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같은 전력량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나타내는 '균등화 발전비용'을 보면 유럽, 미주, 호주, 중국, 중동 등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1%, 에너지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이미 균등화 발전비용이 가장 낮은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다.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 같은 정부 지원 없이도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벌써 형성됐다는 얘기다.
이에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친환경 발전의 비중을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유럽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도 올해 들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공급이 25%를 넘어섰다.
거대한 변화는 거대한 시장이 창출된다는 뜻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세계시장 규모는 2017년에 이미 9천280억 달러(약 1천5조원)에 도달했다.
2025년에는 1조5천123억 달러(약 1천63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으로서 이 거대한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풍력터빈 부문에서 유럽 기업의 기술력을 아직 따라잡기 힘들고 중국 태양광 기업의 저가 공세에도 시달리지만, 기계·해양 플랜트·소재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창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기계, 해양 플랜트뿐만 아니라 배터리, 수소 관련 자동차나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전세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전통산업 막대한 전환비용 우려…안정적 전력 확보도 과제
다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전통산업의 경우 막대한 전환 비용이 불가피하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3개 업종 협회의 조사 결과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이 정부 초안대로 추진될 경우 이들 3개 업종의 전환 비용만 4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에서는 수명이 남은 기존 설비의 매몰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비용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본다.
정부가 내놓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제조업 등을 2050년까지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 수준과 제도로는 3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고, 이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막대한 비용과 일자리 감소, 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철용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전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석탄·석유를 많이 쓰는 업계는 에너지를 전환하는 데 연료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업계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전력 공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크게 차이가 나 전력수급의 불안정성이 크다.
안정적 전력공급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수록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석탄발전을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으로 감축해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생산 구조를 만들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자는 중장기 국민 정책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창현 단국대 교수는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질수록 전력수급의 불안정성도 커지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며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남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곳에 보내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車 시장 침체에도 전기차는 급성장…신재생에너지 단가, 화석 연료보다 낮아져
"한국은 친환경 세계시장 이끌 경쟁력 갖춰"…'산업계 비용 부담·전력안정 확보'는 해결 과제
에디슨모터스는 2009년부터 한국 최초로 전기버스를 제조해 판매하는 업체다.
이곳에서는 연간 150여 대의 전기버스를 만든다.
3만 평에 달하는 공장 부지 안에는 길이 295m, 폭 100m의 버스 조립공장이 있다.
여기서 고·저상 전기버스, 중형 전기버스(마을버스), 고·저상 CNG버스 등 다섯 종류의 친환경 버스가 만들어진다.
160여 명의 직원이 하루 3대씩 버스를 생산한다.
전기버스는 주행 중 이산화탄소(CO₂) 등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다.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부터 전기버스를 운행할 때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모두 따져도 내연기관 버스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디젤 버스가 내뿜는 온실가스를 75%나 감축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전기차 연료비는 내연기관 차량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고, 생산 비용 또한 점차 낮아져 내연기관차와 비슷해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내연기관차가 모두 전기차로 바뀔 것이라는 믿음 아래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국내 산업계와 에너지 부문에 막대한 비용을 떠안길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에디슨모터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 기후변화가 단순한 위기가 아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경기침체로 시름 하는 지금 대대적인 투자와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친환경 경제에 각국 정부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세계 車시장 침체에도 전기·수소차 시장은 급성장…한국, 선두권 부상
기후변화 대응은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약 30%가 수송 부문에서 사용된다.
따라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차량의 보급은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내연기관 퇴출을 위한 시간표를 잇달아 제시하고 나섰다.
프랑스는 2040년까지 승용차·소형 밴 등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했고, 영국은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기기로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35년까지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고, 일본도 비슷한 시기에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지난해 9천만 대에 육박했던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 중심으로 재편된다는 얘기다.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업은 세계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패자로 부상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전통적인 자동차 '빅3'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 3개 사를 합한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드는 친환경 차량 부문에서 국내 기업은 선두권으로 부상해 한국 산업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작년보다 33% 증가한 6만1천 대를 판매, 시장점유율 5.6%로 세계 4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2025년까지 순수 전기차 11종을 포함한 23종의 친환경차를 선보여 글로벌 연 100만 대 판매를 달성한다는 포부를 지녔다.
김태언 현대기아차 경영전략실 상무는 "이는 현대 브랜드를 단 전기차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았다는 증거"라며 "저가의 소형 전기차가 선전하는 중국 시장을 제외한 전 세계 시장 특히 친환경차 보급 속도가 빠른 유럽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배터리 분야에서도 한국은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글로벌 전기차 탑재 배터리 사용량에서 세계 5위 안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개 사가 들어가는 기염을 토했다.
전기차의 강력한 경쟁 상대로 떠오르는 수소차 시장에서도 국내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수소차는 트럭, 열차 등 대형차량 부문에서 전기차를 월등히 앞서는 경쟁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는 장거리 운행을 위해 무거운 배터리를 여러 개 탑재해야 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면에 수소차는 무게가 거의 나가지 않는 수소를 더 싣기만 하면 돼 효율성이 훨씬 뛰어나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수소전기 대형트럭 양산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 스위스를 시작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로템은 수소리포머(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장치) 공장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양산에 돌입한다.
현대모비스는 2022년부터 연간 4만 대 규모의 연료전지 시스템을 생산하기로 했다.
한화그룹은 수소를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수소 생산에서 저장, 운송, 활용까지 수소산업 가치사슬 전반으로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SK그룹도 수소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채비를 갖췄다.
◇ 신재생에너지 '거대한 시장'이 떠오른다
수송 부문과 더불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으로 꼽히는 발전 시장에서도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지금껏 에너지 생산의 주축을 이뤘던 화력발전이 빠르게 퇴조하고, 그 빈 자리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채우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올해 미국의 에너지 소비량이 감소했지만, 풍력발전 시장만은 작년 대비 9.2% 성장해 대조를 이뤘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해상풍력 발전량을 현재의 5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는 중국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주요 산유국들도 일조량이 풍부한 사막 지형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 세계에 신재생에너지 붐이 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환경 발전 부문의 급격한 성장은 신재생에너지가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대의명분'뿐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이미 기존 화력발전보다 더 낫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
같은 전력량을 생산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을 나타내는 '균등화 발전비용'을 보면 유럽, 미주, 호주, 중국, 중동 등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71%, 에너지 생산의 85%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이미 균등화 발전비용이 가장 낮은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다.
보조금이나 세금 혜택 같은 정부 지원 없이도 신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벌써 형성됐다는 얘기다.
이에 선진국들은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은 전체 전력 생산에서 친환경 발전의 비중을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유럽보다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도 올해 들어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공급이 25%를 넘어섰다.
거대한 변화는 거대한 시장이 창출된다는 뜻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세계시장 규모는 2017년에 이미 9천280억 달러(약 1천5조원)에 도달했다.
2025년에는 1조5천123억 달러(약 1천63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제조업 강국인 한국으로서 이 거대한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풍력터빈 부문에서 유럽 기업의 기술력을 아직 따라잡기 힘들고 중국 태양광 기업의 저가 공세에도 시달리지만, 기계·해양 플랜트·소재 등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들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잠재력은 충분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창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기계, 해양 플랜트뿐만 아니라 배터리, 수소 관련 자동차나 연료전지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전세계에서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며 "우리가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할 잠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 전통산업 막대한 전환비용 우려…안정적 전력 확보도 과제
다만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쉽지 않은 과제라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전통산업의 경우 막대한 전환 비용이 불가피하다.
철강·석유화학·시멘트 등 3개 업종 협회의 조사 결과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이 정부 초안대로 추진될 경우 이들 3개 업종의 전환 비용만 40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에서는 수명이 남은 기존 설비의 매몰 비용까지 포함할 경우 비용이 훨씬 커질 것으로 본다.
정부가 내놓은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철강·석유화학·시멘트 제조업 등을 2050년까지 저탄소 산업구조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지금의 기술 수준과 제도로는 30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고, 이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막대한 비용과 일자리 감소, 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철용 부산대 경영학과 교수는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이뤄야 할 일이기 때문에 체계적인 전환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석탄·석유를 많이 쓰는 업계는 에너지를 전환하는 데 연료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 업계가 받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전력 공백'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는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크게 차이가 나 전력수급의 불안정성이 크다.
안정적 전력공급 방안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수록 대규모 정전사태(블랙아웃)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석탄발전을 2045년 또는 그 이전까지 0으로 감축해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생산 구조를 만들되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보완적으로 활용하자는 중장기 국민 정책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창현 단국대 교수는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높아질수록 전력수급의 불안정성도 커지기 때문에 다양한 방안을 놓고 고민해야 한다"며 "전력 생산 과정에서 남는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곳에 보내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