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소득 96만원·빚 350만원 늘고…세금·연금 710만원 냈다
가구의 소득이 정체된 가운데 가계 빚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끌' 주택 구매 영향으로 30대 부채가 특히 급등했다.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반면, 세금과 보험료 등 공적 지출 부담은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보조금 뺀 가구소득, 0.4% 증가 그쳐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작년 가계의 평균 소득은 5924만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2017년 4.1%, 2018년 2.1%에 이어 매년 증가폭이 줄어들고 있다. 사업소득이 1151만원으로 2.2% 감소했다. 내수 침체 등의 영향으로 자영업 관련 일부 업종이 부진한 탓이다.

반면 정부 보조금이 크게 늘어 공적이전소득은 18.3% 증가했다. 근로장려금 확대, 아동수당 지급 등의 영향이다. 가구 소득에서 정부 보조금을 빼면 5467만원으로 전년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금과 사회보험료 등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작년 세금과 공적연금, 사회보험료 지출은 710만원에 달했다. 전년 대비 2.6%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하면 6.7% 증가했다. 각종 세제 강화와 부동산 거래 확대로 인한 양도소득세 증가, 건강보험료 인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영끌 30대, 빚 13% 증가

소득이 거의 늘지 않은 가운데 가계 빚 증가폭은 다시 확대되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가구당 부채는 8256만원으로 전년 대비 4.4% 늘었다. 소득 증가속도에 비해 3배 가까이 빨랐다. 금융부채가 6050만원으로 5.1% 늘었고, 임대보증금이 2207만원으로 2.4% 뛰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은 24.6%를 기록했다. 소득의 4분의 1을 빚 갚는 데 쓴다는 얘기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의 부채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30대 부채는 1억82만원으로 전년 대비 13.1% 뛰었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불안감을 느낀 신혼부부 등 30대들이 소위 '영끌'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한 영향으로 파악된다. 저소득층의 대출도 크게 늘었다. 1분위와 2분위의 부채가 각각 8.8%, 8.6% 늘었다.

빚이 늘면서 대출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는 가구가 67.6%로 작년에 비해 1.1%포인트 증가했다. 대출 기한 내에 원리금을 갚을 수 있다는 가구는 73.4%로 2.3%포인트 감소했다.

부동산 쏠림 더욱 심화…"내년 집값 더 올라"

부동산 가격 폭등은 가구의 자산 구성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올해 3월 기준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4543만원으로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이중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4%에 달했다. 부동산이 3억1962만원으로 전년대비 5.2% 증가한 영향이다. 금융자산 중에서는 전월세 보증금이 2873만원으로 6.5%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에도 부동산 쏠림 현상은 내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1년 후 거주지역의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본 가구 비중은 23.0%로 전년 대비 5.1%포인트 증가했다. 여유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한 가구는 52.8%로 0.5%포인트 늘었다. 부동산 종류 별로는 아파트를 선호한다는 비중이 56.6%로 4.9%포인트 증가했다.

소득 양극화는 개선됐다. 소득 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지니계수(처분가능소득 기준)는 작년 0.3339로 전년(0.345)보다 0.006포인트 낮아졌다. 지니계수가 낮아지면 소득 격차가 줄었다는 뜻이다. 소득 5분위 배율은 6.54배에서 6.25배로 개선됐다. 상대적 빈곤율은 0.4%포인트 감소한 16.3%를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을 고려하지 않은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세가지 분배지표가 모두 악화됐다. 정부의 세금 퍼주기로 저소득층 소득이 증가한 것인데 이런 정부 의존 성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