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시대 출판시장 성장세…도서정가제 진통 끝 유지
[2020 문화결산] 출판계 화두도 '코로나'…'돈' 다룬 책 강세
올해 출판계는 사회 흐름이 반영되는 특성이 두드러진 한 해였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국내 자산시장 열풍과 관련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많이 읽혔다.

'집콕'으로 독서 시간이 늘면서 소폭 성장세를 보인 출판 시장은 도서정가제를 놓고 격한 진통을 겪기도 했다.

◇ 코로나 관련 책 봇물…과학·학습 분야 도서 급성장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를 휩쓰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바이러스가 무엇인지를 다룬 책부터 감염병, 코로나 시대의 변화, 포스트 코로나 전망까지 코로나와 연관된 책들의 출판이 봇물이 터지듯 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책 제목에 '코로나', '팬데믹, '전염병', '바이러스' 등의 키워드를 가진 도서는 예년에는 연간 20종 정도에 그쳤지만, 올해는 2월부터 크게 늘면서 모두 392종이 출간됐다.

출간 분야를 보면 경제경영이 81권으로 가장 많았으며 종교(43), 인문(38), 정치사회(35), 시/에세이(32), 과학(29), 아동(29) 등 모든 분야에서 고르게 나왔다.

판매량도 매년 1만권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20만권 수준으로 20배 늘었다.

인터넷서점 예스24 자료에서도 '코로나' 키워드를 제목이나 부제에 포함한 책은 올해 들어 285종이 출간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키워드 책 가운데 스타 강사인 김미경이 쓴 '김미경의 리부트'가 많이 팔렸고, 최근 수년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코로나 변화상을 궁금해하는 많은 독자의 선택을 받았다.

'온라인 등교'로 홈스쿨링 관련 책들도 많이 팔렸다.

교보문고 판매자료를 보면 초등학습 분야 판매가 31.0% 늘어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판매권 수 기준으로 비중이 가장 높은 분야는 11.5%를 차지한 중고학습이었다.

성인들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콕 시간이 늘면서 취미 서적을 많이 샀다.

취미일반 도서 판매량 증가율은 62%, 홈인테리어/수납 책은 29.8%로 집계됐다.

◇ 자산시장 과열에 경제경영·자기계발서 베스트셀러 휩쓸어
부동산시장 폭등과 '동학개미' 열풍에 부동산, 주식시장 관련 책들이 대거 출판됐다.

전문가들은 물론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 일반인들도 재테크 노하우를 담은 책들을 펴냈고, 자산시장의 과열은 관련 서적의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이 가운데 부와 행운을 다룬 자기계발서 '더 해빙'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더 해빙'은 교보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등 온·오프라인 서점들이 자체 집계한 베스트셀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2020 문화결산] 출판계 화두도 '코로나'…'돈' 다룬 책 강세
'더 해빙'을 출판한 수오서재 황은희 대표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면서도 부를 쌓는 방법을 제시한다는 입소문이 SNS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인기를 끌었다"며 "지난 3월 출간 이후 모두 40만 부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또한,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더 해빙에 이어 '돈의 속성'(2위), '하버드 상위 1퍼센트의 비밀'(4위),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6위),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7위) 등 상위 10위권의 절반을 경제경영·자기계발서가 차지했다.

비대면 시대의 가속화에 따라 전자책(eBook) 성장세도 가팔라졌다.

교보문고 전자책 대여는 올해 38% 성장했다.

전자책 부문에서도 베스트셀러 1, 2위는 '더 해빙', '돈의 속성'이 차지했으며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이 3위에 오르는 등 돈을 다룬 책들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아울러 삼시 세끼를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날들이 이어지면서 요리책들도 인기를 끌었다.

인터파크에 따르면 요리책 가운데 박막례, 김수미, 이정현, 정종철 등 연예인과 유튜버들이 펴낸 책들이 요리연구가들의 책보다 더 많이 사랑받았다.

◇ 도서정가제, 출판·서점계 거센 반발에 현행 유지로 결론
책을 출판사가 정한 가격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도서정가제'가 연초부터 논란이 됐다.

3년 주기로 재검토하는 도서정가제를 폐지해 더욱 싼 값에 책을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민청원이 계기였다.

[2020 문화결산] 출판계 화두도 '코로나'…'돈' 다룬 책 강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해 당사자와 소비자 단체 등으로 구성한 협의체에서 1년에 걸친 논의 결과를 내놨다가 '소비자 후생' 문제로 재검토에 들어가자 출판, 서점업계가 거세게 반발했다.

출판인회의는 지난 8월 출판사와 서점, 작가, 독서 단체 등 출판 관련 단체들로 '도서정가제 사수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여론조사와 성명 발표, 청와대 앞 1인 시위 등을 벌이는 등 총력을 기울였다.

우여곡절 끝에 문체부는 지난달 도서정가제의 핵심인 정가의 15% 이내에서 가격 할인과 경제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큰 틀을 유지하며 전자출판물에는 정가 표시 의무를 유연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