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로 현재 달러당 1090원대로 떨어진 원·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1050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은 17일 ‘2021년 대내외 경기·금융시장 대예측 세미나’에서 “대외 여건을 고려할 때 약달러 추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정부도 내수를 키우고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환율에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환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대선 전후로 외국인 자금 유입으로 원화 가치는 급격하게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증시가 급락한 지난 3월 1285원대까지 치솟았다가 최근엔 1090원대로 180원 이상 급락했다.

내년 환율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경기와 통화·재정정책이다. 한 위원은 “달러 가치를 결정하는 펀더멘털과 정책 요인이 모두 약달러 추세를 예상케 한다”며 “실물경기 회복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은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민주당 정부 역시 달러화 가치를 시장에 맡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원화 환율과 강한 연관성을 보이는 중국 위안화 환율도 초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위안화 가치는 당초 코로나19와 홍콩 시위사태 등으로 달러당 7.5위안 이상으로 절하될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달러당 6.5위안대로 치솟았다. 한 위원은 “중국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빠르게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외국 자본이 밀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예전과 달리 환율에 개입하지 않고 미국 국채를 내다 파는 등 ‘탈달러화’로 대응하는 점도 약달러 추세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임 이후 ‘아베노믹스’의 약화도 원화 강세의 한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한 위원은“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한 대부분 국제기구도 일본 경제가 다시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