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복소송·여론전 또 불가피
안효주 지식사회부 기자 joo@hankyung.com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16일 새벽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회의를 마친 뒤 한 말이다.
그는 전날 아침 징계위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엔 “증거에 의해 혐의 사실이 소명되는지, 그것만 보고 판단하겠다”며 “시종일관 공정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제기된 편향성 논란을 불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런 그가 회의가 끝난 뒤에는 “국민들이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양해를 부탁한다”는 애매한(?) 소감을 남긴 것은 다소 의외다. 객관적인 증거에 의해 공정하게 했다면 어떤 의미로 ‘만족’ ‘양해’ 등의 눈치보기 용어를 사용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날 징계위는 17시간30분 만에 끝났다. 15일 오전 10시34분께 시작해 오후 8시 전후에 5명의 증인심문이 모두 끝났다. 윤 총장 측이 충분한 방어권과 의견 진술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며 최종 의견 진술을 포기하는 바람에 징계를 위한 심의도 예상보다 이른 9시께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당초 당일 밤 12시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 징계위 심의는 밤샘 토론으로 이어졌다.
정 위원장 직무대리가 회의를 마친 뒤 “결론을 정해놓고 했으면 이렇게 오래 토론했겠느냐”고 했지만, 결과를 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직 처분은 미리 짜놓은 각본 아니었느냐”는 의혹과 지적이 적지 않게 쏟아졌다. 이미 회의 시작 전부터 법무부 주변에서는 정직 3개월이 가장 유력하다는 얘기가 돌았다. 징계위는 윤 총장이 ‘판사 사찰’이라는 범죄와 측근 수사를 방해하는 권력남용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서도 왜 정직 2개월을 결정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날 이뤄진 증언과 새로 제출된 서면의견서를 반박하기 위해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는 윤 총장 측 요청을 징계위는 거부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는 자리에서 징계 대상자의 해명을 듣지 않고 심의를 종결한 것이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앞서 “왕조 시대도 아니고 이렇게 무리해서 징계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말의 편향성을 감안하더라도 징계위의 심의 과정과 결론은 ‘국민의 양해’를 부탁드릴 만큼 명분도 실리도 확보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총장이었던 문무일 전 총장을 비롯해 9명의 전직 검찰총장은 16일 다시금 ‘검찰총장 징계 의결은 무효’라고 성명서를 냈다. 법조인 및 학계 인사들도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정 위원장 직무대리는 “국민들께서 오래 심려 안 하도록” 빠른 종결을 했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갈등은 이번 징계로 또다시 끓어오르고 있다. 징계를 비난하는 여론의 후폭풍과 징계 처분 취소를 구하는 소송전, 양쪽을 대변하는 지지자 간 대리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