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여성운동을 노래한 디바 헬렌 레디…영화 '아이엠우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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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엠우먼'은 모든 것이 격동하던 1970년대에 사랑받았던 가수 헬렌 레디를 왜 전설의 디바라고 부르는지를 단번에 이해시킨다.
그의 노래에 공감했던 이들에게는 당시의 향수를, 그를 모르는 요즘 세대에게는 노래가 지닌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영화는 남성 중심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음악으로 여성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은 헬렌의 삶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그의 삶에는 명곡 '아이엠우먼'(I am woman)의 탄생부터 이 곡이 국제 여성의 날 축가로 지정돼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이 되기까지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호주 출신인 헬렌은 실제 1962년 음반사와 계약하기 위해 단돈 230달러를 들고 뉴욕에 건너온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뉴욕에서의 데뷔는 꿈처럼 쉽지 않았다.
헬렌은 "남편은 어딨어요", "요즘은 남성 그룹의 시대에요"라는 편견과 억압 속에서 실패와 도전을 거듭한다.
생계를 위해 식당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는 밴드보다도 적은 자신의 임금에 항의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남자들은 부양가족이 있어요"라는 답변이다.
하지만 헬렌은 포기하지 않고, 매니저이자 남편인 제프와 친구이자 저널리스트인 릴리안의 지원을 받으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그렇게 세상에 나온 노래가 바로 '아이엠 우먼'이다.
노래의 가사는 직설적이고 단호하다.
헬렌의 삶만큼이나 물러섬이 없고 당당하다.
무엇보다 가사가 진실성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영화가 헬렌으로 대변되는 당시 여성의 평범하지만, 부당했던 일상을 현실성 있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제프는 헬렌에게 청혼하며 "일단 내가 자리를 잡고 당신을 밀어줄게"라고 약속하지만, 헬렌을 가정주부로 전락시키는 뻔한 결말로 치닫는다.
우유가 떨어진 아침 식탁, "나는 돈을 버니까 우유는 당신이 사야지"라는 제프의 고함은 당시 시대상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또 이듬해 헬렌에게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여성 팝 보컬상을 안겼다.
호주 출신 가수로서는 최초 수상이었다.
이 곡은 헬렌의 인생뿐 아니라 자유와 평등을 이야기하던 그 시대의 여성들에게 담대한 용기를 불어넣었다.
영화에는 당시 양성평등 개헌안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온 여성들의 모습을 담은 실제 영상이 편집돼 들어가 있어 뭉클함을 더 한다.
이들이 주장했던 양성평등 개헌안은 '미국 정부와 각 주는 성별을 이유로 양성평등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에는 개헌안이 통과되면 남녀 공용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거나 가정파괴가 늘어날 것이라는 억측이 난무했다.
개헌안은 아직도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한국에서 태어나 어릴 적 호주로 떠난 문 감독은 지금은 할리우드를 오가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원로 음악가 토니 베넷의 60년 음악 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토니 베넷의 참선'(2012)으로 뉴욕타임스로부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문 감독은 헬렌을 로스앤젤레스의 한 시상식에서 마주하고 그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헬렌에 대해 "당시 가장 큰 성공을 이룬 여성 가수였을 뿐만 아니라 여성 해방 운동의 시기에 절대적인 선구자였다"고 평가했다.
헬렌은 지난 9월 29일 79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오는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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