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새 60여명 신규 확진…주변 도로·산책로 인적 끊겨 '썰렁'
김제시체육관 등 선별진료소 북적…"조용했는데 왜 이런 일이" 탄식
'코로나19 집단 감염' 전북 김제 요양원엔 '무거운 적막감만'(종합)
"죄송하지만, 할 말이 없네요.

"
하루 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15일 오전 전북 김제시 가나안요양원.
새해를 보름 앞두고 날아든 비보에 요양원엔 입구부터 무거운 공기가 짙게 드리웠다.

요양원 입구에는 '출입 금지'라는 문구가 쓰인 종이 여러 장이 일찍부터 나붙었다.

센서로 작동되는 자동문도 전기가 끊겨 움직이지 않았다.

요양원 옆에는 '솔바람 길'이라는 산책로가 있었지만, 이곳을 오가는 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평소 많은 주민과 환자 가족들이 오가던 주변 도로도 마찬가지였다.

올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 탓에 요양원 주변은 고요함을 넘어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다.

찬 바람이 불 때마다 요양원 앞에 있는 바람개비 여러 개만 힘차게 돌았다.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본 1층 로비는 아무도 없어 적막감이 감돌았다.

입구에 있는 신발장에 놓인 신발 몇 켤레와 우산들이 안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전북 김제 요양원엔 '무거운 적막감만'(종합)
도내 사회·복지시설에서 처음 발생한 대규모 집단 확진에 요양원 앞에는 이른 시각부터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방역복과 마스크로 중무장한 방역 당국 관계자는 내부 상황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만간 설명이 있을 것"이라고 답하고는 말을 아꼈다.

이 요양원에는 노인 입소자 69명과 종사자 54명 등 모두 123명이 생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60여 명이 하루 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곳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애린양로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는 등 김제시 황산면과 용지면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른 모습이다.

전북도 보건당국은 김제시보건소와 김제실내체육관에 선별진료소를 각각 설치하고 요양원 종사자와 가족의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전북 김제 요양원엔 '무거운 적막감만'(종합)
이날 오후 선별진료소 앞은 검체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다소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요양원발 집단 확진 소식에 불안감을 드러냈다.

김제시 검산동에 사는 이모(45)씨는 "김제는 그동안 확진자가 별로 나오지 않았는데 갑자기 한 번에 늘어나니까 당황스럽다"며 "불안해서 아내와 함께 검사를 받으러 나왔다"고 말했다.

요촌동에 사는 강모(68)씨도 "뉴스에 나온 요양원이 우리 지역인 줄 몰랐다가 김제에 있다는 것을 알고 바로 검사를 받으러 왔다"며 "(요양원이) 시내와 가까운 곳에 있는데 얼마나 확산했을지 불안하다"고 밝혔다.

김제시는 가파른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격상하고 방역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집단 감염' 전북 김제 요양원엔 '무거운 적막감만'(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