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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는 인류의 삶뿐 아니라 산업지형도 순식간에 바꿔놨다. 대면 중심의 전통 서비스업과 제조업은 위축되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언택트(비대면)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은 코로나19의 최대 수혜주다. 전기자동차, 그린에너지 등 친환경 산업도 약진하고 있다. 먼 미래에나 등장할 것으로 여겨졌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면에 등장하며 산업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의 선방을 가능하게 했던 ‘디지털 전환’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기업 운명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익 10兆 불어난 삼성전자

상당수 국내 기업이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이런 와중에도 일부 기업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올리며 국내 경제를 견인했다.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66조9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영업이익도 12조35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이던 2018년 4분기 이후 7분기 만이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연간으로 238조원의 매출과 37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8조원, 영업이익은 10조원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스마트폰, 가전, 네트워크 사업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춰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그룹도 코로나19를 성공적으로 돌파했다. LG의 주요 8개 상장사의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3조4338억원으로 작년 3분기(1조5976억원) 대비 115% 증가했다. 매출은 42조5000억원을 넘었다. 전년 동기(39조3000억원)보다 약 8% 늘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7조88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9713억원)에 비해 42.6% 증가했다. LG전자는 3분기 매출 16조9000억원, 영업이익 9590억원을 달성했다. 생활가전의 선전으로 11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시그니처’, 스마트가전 ‘씽큐’ 등의 제품을 통해 시장을 주도한 결과다.

변신 서두르는 제조기업

코로나19는 한국 경제를 견인해온 전통 제조업 변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제조업의 스마트화가 촉진되고 정보통신기술(ICT), 친환경, 바이오헬스 중심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대표 정유기업인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올 3분기 배터리 관련 매출은 전분기 대비 43.7% 증가한 4860억원에 달했다. 중국 옌청에 짓고 있는 중국 2공장이 내년 1분기 양산에 들어가면 매출은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수소경제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2028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연 2만4000t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인 ‘꿈의 첨단소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제조업과 ICT의 결합을 통한 신시장 개척과 사업영역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합로봇 계열사인 현대로보틱스는 최근 KT와 500억원 규모의 투자유치 계약을 맺고, 지능형 로봇과 자율주행 알고리즘 공동 개발에 나섰다.

기업 최대 화두는 ‘디지털’

국내 기업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최대 화두로 일제히 ‘디지털 전환’을 꼽고 있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IT와 데이터를 결합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GS그룹 전 계열사는 허 회장의 주문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반의 협업 솔루션 도입 등 디지털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지난 10월 창립 68주년 기념사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디지털, 지속 가능성을 경영 화두로 제시했다. 한화그룹은 앞선 금융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제조부문은 AI 및 빅데이터를 접목한 스마트공장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기존 통신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첨단 ICT 기반의 빅테크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모바일 앱 마켓 ‘원스토어’는 입점 앱 증가와 이용자 기반 확대로 기업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내년에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계획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