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속 주청사 내 설치 놓고 주지사-의원들 신경전
미 '크리스마스트리' 설치 충돌…"청사 폐쇄 했는데" vs "전통"
미국 위스콘신주가 또다시 '크리스마스트리' 논란에 휩싸였다.

민주당 소속의 토니 에버스 주지사는 코로나19 사태로 폐쇄된 주청사 내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지 말도록 지시했으나, 공화당 소속의 주의원들이 이를 어기고 대체 트리 설치를 강행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10일(현지시간) 지역 언론에 따르면 위스콘신 주하원의 폴 티틀 의원과 쉐이 소트웰 의원은 최근 주도 매디슨의 주청사 중앙홀에 2m 남짓한 높이의 작은 트리를 설치하고 주 전역의 어린이들에게 "트리에 매달 장식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매년 12월이면 주청사 중앙홀에 초대형 트리를 설치하고, 크리스마스 장식을 하는 것은 1916년 시작된 위스콘신주의 오랜 전통이다.

주 당국은 전국의 어린이들이 직접 만들어 보낸 다양한 장식품으로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민다.

그러나 에버스 주지사는 코로나19로 주청사가 폐쇄된 사실을 들어 "올해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세우지 않겠다"고 공표하고, 어린이들에게 "병원을 비롯한 다른 시설에 장식품을 보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두 의원은 "주민들은 주청사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서기를 간절히 원한다.

주지사가 뭐라 하던 100년 이상 이어져 온 전통을 지키겠다"며 트리 설치를 강행했다.

이어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때지만, 이 트리가 희망을 주기 바란다"며 트리 위에 "서면 승인 없이 트리를 이동시키지 말라"는 메모도 붙여두었다.

두 의원은 "지난 1일 '주청사 중앙홀에 내년 1월 6일까지 유서 깊은 크리스마스 장식을 해놓을 수 있게 해달라'며 주 총무처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거부됐다"고 밝혔다.

총무처는 주지사 방침을 이유로 들었다.

에버스 주지사는 취임 첫해인 지난해 주청사의 크리스마스트리를 '홀리데이 트리'로 바꿔 부르자고 했다가 반발을 산 바 있다.

공화당 주도의 위스콘신 주하원은 당시 '크리스마스트리' 명칭을 지키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64 대 반대 30으로 통과시켰다.

미 '크리스마스트리' 설치 충돌…"청사 폐쇄 했는데" vs "전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