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모님 같이 시집 한 번 내실래요?"
70대 숙모와 50대 조카가 합동시집 출간
오랫동안 경찰에 몸담았다가 퇴직한 시인·수필가 박화진(57)씨가 전업주부로 살아온 숙모 전화자(78)씨와 함께 시집을 펴냈다.

두 사람 공동시집 '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 '초록이 흐르는 계절 바람이 분다'는 숙모 전씨 시로, 2부 '가을, 겨울, 봄, 여름, 그리고 사랑'은 조카 박씨 시로 엮었다.

전씨는 결혼 후 남편과 자녀를 뒷바라지하며 평생을 살았다.

가슴 한쪽에는 늘 문학소녀 꿈이 자리 잡고 있었고, 70을 넘긴 나이가 돼서야 그 꿈에 다가갈 수 있었다.

그는 콧등 끝자락에 돋보기를 걸친 채 뜨개질하듯 한 땀 한 땀 지난 세월을 시로 그리기 시작했다.

종가에 시집오던 날, 20명이 넘는 조카들 가운데 끼어 있던 박씨는 당시 다섯 살이었다.

박씨는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에 입문해 경북경찰청장, 경찰청 외사국장 등을 지낸 뒤 지난해 퇴직했다.

공직생활 틈틈이 시와 수필로 세상을 바라보던 그는 은퇴 후 어느 날 숙모의 낡은 노트에 적힌 시를 훔쳐보고 깜짝 놀랐다.

삶을 서정적인 시어로 풀어낸 솜씨가 죽비로 등짝을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숙모님, 같이 시집 한번 내실래요?"
툭 내뱉은 말이 결국 합동시집을 출간한 계기가 됐다.

아마추어 시인인 숙모는 꾸밈없는 화법으로 소박하게 삶을 풀어냈다.

수필집과 시집을 여러 차례 펴낸 조카는 정갈한 음식처럼 맛깔스럽게 시어를 정돈했다.

두 사람은 시집 인세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증하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