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이 지역서 시작된 뒤 전국 퍼져 닭·오리 산업 초토화
농장 553곳 몰린 가금류 생산거점…"더 확산 않기를" 농민 발동동

충북 음성군 금왕읍의 한 메추리농장에서 H5형 조류인플루엔자(AI) 고병원성 항원이 검출되면서 축산당국과 가금류 사육농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4년 전 276만마리 살처분 악몽 재현되나…음성 가금류농장 긴장
4년 전인 2016년 11월 16일 음성군 맹동면 오리 사육농가에서 시작된 AI가 전국으로 번져 석 달여 동안 전국에서 3천70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되면서 'AI 진앙'이라는 오명을 얻었던 악몽이 떠올라서다.

당시 음성에서는 55개 농장의 닭·오리 276만4천마리가 살처분됐다.

이후 AI는 청주, 진천, 충주, 괴산, 옥천으로 급속히 번져 충북 6개 시·군 108개 농장의 닭, 오리, 메추리 등 391만 마리를 희생시킨 뒤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듬해인 3월까지 이어진 AI 재앙은 125일만에 종료됐지만, 피해 농가들은 7개월 동안 병아리를 입식하지 못해 파탄위기에 몰렸다.

수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닭과 계란 가격이 폭등하기도 했다.

이후 충북에서 잠잠하던 AI는 2018년 3월 음성군 소이면 오리 농장에서 다시 발생, 1만마리가 살처분됐으나 이전처럼 번지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2년 9개월이 경과한 시점에서 다시 메추리농장의 고병원성 AI 항원 검출로 음성군은 3회 연속 충북 내 AI 첫 발생지가 됐다.

음성군이 AI에 취약한 것은 가금류 사육 농장이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은 151개 농장에서 865만7천마리의 닭, 오리, 메추리를 사육하고 있다.

충북 전체 가금류 농장 553곳에서 2천743만3천마리를 사육 중인 것을 고려하면 농장 수는 27.3%, 사육량은 31.6%를 점하는 충북 최대 가금류 생산 거점이다.

가금류 농장들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음성 메추리 농장의 AI 발병 원인이 야생조류 분변의 유입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축산당국의 분석 때문이다.

4년 전 276만마리 살처분 악몽 재현되나…음성 가금류농장 긴장
음성의 닭 사육 농민 A(62)씨는 "다른 농장에서 유입됐다면 외부접촉을 철저히 통제하면 되지만 야생조류는 막을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4년 전 악몽이 떠올라 겁이 난다"고 말했다.

그는 "농장 문을 걸어잠가 외부인 접근을 막고 있으며, 방역도 강화했다"며 "더 퍼지지 말고 진정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희열(61) 음성군 양계협회장은 "수년째 닭 소비가 감소한 데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타격이 더 컸는데 AI까지 터져 걱정이 태산"이라며 "가금류 반출입 제한이 장기화되면 사육농가들이 큰 손실을 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음성군은 가축 질병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방역을 강화하는 등 AI 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AI가 발생한 농장의 메추리 72만여 마리를 살처분한 데 이어 반경 3㎞ 이내 4개 농장의 닭과 오리 24만8천마리도 예방적 살처분에 나섰다.

또 10km이내 53개 농장(사육 두수 309만4천마리)에 방역대를 설정, 매일 예찰과 소독을 한다.

이 농장들은 30일간 이동을 제한하고 AI 일제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음성지역 내 모든 가금농장 역시 7일간 이동이 제한된다.

음성군 관계자는 "AI 차단을 위해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역을 강화하고 가축 반출입을 철저히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