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광범위한 '면책' 요구 공통된 현상…납득 어려운 건 사실"
박능후 "수요보다 공급부족…백신 '불공정계약' 거부 힘든 상황"
정부는 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이 구매 협상 과정에서 '부작용 면책'을 요구하는 데 대해 불공정한 부분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지금 (해외 제약사들이) 광범위한 면책을 요구하는 것은 사실 국제적으로 거의 공통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보통 백신 개발에 10년 이상이 걸리는 점과 달리 코로나19 백신은 임상시험을 비롯한 개발 전 과정에 소요된 기간이 짧으며 각국이 앞다퉈 백신을 '선구매'하는 상황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당장 확인하기도 어렵다.

이런 실정에서 백신 제약사들은 부작용이 발생해도 면책해 달라는 요구를 계약 과정에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다른 백신이나 우리의 의약품에 비춰볼 때 (제약사 측의 요구가) 비교가 안 되는 정말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고(부족하고),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백신을 우선 구매해야겠다'는 사회적 요청이 있다 보니 불공정한 계약이 지금 요구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우리 정부가 부작용 면책권 요구를 수용했는지에 대해 "불공정 약관이나 계약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말해 사실상 수용했음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면서 "비록 불공정 계약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만 이것을 기피한다거나 거부하기는 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현재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선구매 계약을 마쳤으며 화이자, 얀센, 모더나 등 나머지 3곳과도 백신 선구매를 위한 물량 등을 확정하는 내용의 구매 약관 등을 체결한 상태이다.

이들 제약사와 맺은 계약 및 구매약정에 부작용 면책 조항이 포함됐는지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협상 내용 중 하나이기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면서도 "계약 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백신 계약을 비롯해 국내 도입, 접종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안전'을 최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계약이 맺어지고 또 백신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우리 정부가 안전성을 검증하는 테스트 과정이 있다"며 "그 과정을 거쳐 충분히 안전성을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 물량을 일단 확보하고 난 다음에 다른 나라의 (백신 접종) 경과 추이를 보겠다는 것은 안전성을 보다 확보하겠다는 뜻에 포함된 전략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박 장관은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한 정부의 전략을 믿고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정부가 백신을 대하는 기본 태도는 물량은 사전에 충분히 확보하되,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 조금 여유 있게 천천히 대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전략이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너무 서두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꼭 필요하다"면서 "현재의 방역 체계를 잘 지키면서 확진자 수를 최대한 억제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안정되게 백신을 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K-방역이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듯이 백신의 도입 과정, 개발 과정 등 전 과정에 대해서 항상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하고 국민 여러분께 소상히 알려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