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펠레스타인 평화협상에 아브라함 협정 이용할 수도"
아브라함 협정 유지와 이란 핵합의 복귀 동시 추진 '난관'
바이든 정부, '트럼프 뒤집기' 예외는 중동 아브라함 협정
'트럼프 뒤집기'를 공언한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가 유일하게 승계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성과는 '아브라함 협정'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당선인의 측근들을 인용해 "당선인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 대부분을 반대하지만, 유지하려 하는 유일한 성과가 아브라함 협정이다"라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브라함 협정은 미국의 중재로 올해 9월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이 역사적으로 국교를 수립하기로 한 외교적 합의다.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 중동 전쟁을 거치면서 이스라엘과 중동 이슬람권은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놓고 외교·종교적으로 갈등을 빚었다.

이 협정 이전 중동 이슬람권에서는 이미 국교를 수립한 이집트와 요르단을 제외하고 그간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역사적 배경 속에 아브라함 협정은 중동 현대사에서 큰 전환점이 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악시오스는 "아브라함 협정을 승계하면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 (친미 성향인) 걸프의 다른 정치 지도자들과도 긍정적인 관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될 수 있다"라고 해설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UAE와 관계 정상화로 이스라엘 정부의 요르단강 서안 합병을 막은 것처럼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과 추가 협상으로 '2국가 해법'(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동시 인정)으로 이스라엘을 유도할 수도 있다"라고 내다봤다.

오바마 정부가 이란과 핵협상으로 이스라엘과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아브라함 협정에 긍정적인 바이든 당선인은 이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에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주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댄 셔피로는 이 매체에 "바이든은 다른 아랍국가도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하도록 밀어붙일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아브라함 협정을 추진한 데는 중동의 친미 진영을 규합, 이란을 고립해 압박하려는 적대적 의도가 깔린 만큼 이란 핵합의 복귀를 모색하는 바이든 당선인이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친미 수니파 진영은 핵합의를 강하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또 아브라함 협정을 '이슬람에 대한 배신'으로 비판하는 팔레스타인을 바이든 행정부가 어떻게, 어느 정도 수위로 설득할지도 아직 알 수 없다.

아브라함 협정 뒤 이스라엘, UAE, 바레인은 경제·외교적으로 빠르게 접근하고 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어야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UAE는 '이슬람의 배신자'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이스라엘과 수교한 대가로 F-35, 드론 등 미국산 첨단 무기를 들여오기로 했으나, 미국 상원에서 이스라엘의 '질적 군사 우위'를 이유로 이에 부정적인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미국 상원에서 F-35를 UAE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의결하면 역사적 아브라함 협정도 흔들릴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