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언론 "인니, 연말까지 서명 희망"…한국 "2천272억원 투자했는데 설마"
전문가 "한국형 전투기에 타우러스 등 체계통합해 수출 전략 짜야"
인도네시아, 佛라팔 전투기 연내 계약설…KF-X 공동개발 손 떼나
한국형 전투기(KF-X)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프랑스 다소의 라팔 전투기를 구매할 것이란 외신 보도가 잇따르자 한국 정부 당국이 진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인도네시아가 KF-X 공동개발에 손을 떼고 라팔 전투기 구매로 방향을 전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한국은 개발비용 조달과 개발 후 수출전략 등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정부 당국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과 통화를 하고 양국간 방산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언론은 이번 통화에서 인도네시아가 라팔 전투기를 구매하는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현지 TV 'BFM 비즈니스'는 최근 "인도네시아는 올해 연말까지 프랑스 전투기 36대 구매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다"면서 "프랑스와 인도네시아 간의 논의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매체들은 48대의 라팔 전투기를 구매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전문 라 트리뷴도 "인도네시아가 연말까지 서명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앞서 프라보워 장관은 10월에 프랑스를 방문해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국방협력을 논의했다.

그는 지난 1월에도 프랑스를 방문해 라팔 전투기와 스코르펜급 잠수함(4척) 구매 방안을 논의했다고 프랑스 매체들이 보도한 바 있다.

이런 보도가 잇따르자 정부 당국은 사실 확인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가 이미 KF-X 사업에 2천272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공동개발 계획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외신 보도를 비롯해 인도네시아의 측의 의중도 함께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측과는 계속해서 '비공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협상 내용은 서로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5년부터 8조7천억 원의 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해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천억 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48대를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경제 사정이 어렵다며 2017년 하반기 분담금부터 지급을 미뤘고, 현재 5천억 원가량 분담금을 연체하고 있다.

방산업계에서는 인도네시아의 이탈 가능성에 대해 '설마'라는 정부 당국의 분위기와는 달리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형국이다.

인도네시아가 KF-X 사업에서 발을 빼면 KF-X 수출 물량은 그만큼 감소하고 한국의 개발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한다.

이에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 공군에 배치된 '타우러스'(사거리 500㎞) 또는 차세대 '타우러스 350K-2'(사거리 600∼700㎞) 장거리 공대지미사일 등을 KF-X와 체계 통합해 수출하는 전략 등을 지금부터 수립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통상 전투기 구매 국가는 탑재 무장과 전자 장비를 함께 검토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2028년께 개발될 것으로 보이는 국산 장거리 공대지미사일을 KF-X에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개발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KF-X는 생산됐으나 핵심 무장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F-X는 시제 1호기가 내년 상반기에 출고되는 데 이어 2022년 상반기 첫 비행시험을 시작해 2026년까지 개발이 완료된다.

시제기용 AESA(다기능위상배열) 레이더는 내년 상반기에 KF-X에 장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