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했지만, 번번이 취업에 실패한 스물셋 청년 쇼타. 그는 어느 날 최종면접에서 떨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서 고층빌딩에 매달려 유리창을 닦는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충동적으로 이 일을 하기로 한다.
가족, 친구와 관계를 단절한 채 도쿄의 고층빌딩 유리창 청소 일을 무기력하게 하던 그는 어느 날 한 노부인으로부터 이상하고도 위험한 제안을 받고 엉겁결에 수락해버린다.
자신이 일하는 고층빌딩 실내 사진을 찍어와달라는 요청이었다.
유리창 안쪽의 삶은 쇼타 자신이 처한 삶과 너무나 다르다.
각박하고 혹독한 현실과 유리창을 사이에 둔 격차를 넘어서려는 청년의 몸부림이 시작된다.
사회학자인 후루이치 노리토시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대사회의 풍경을 해부한다.
서혜영 옮김. 흐름출판. 212쪽. 1만3천원.
▲ 작열 = 남편을 살해한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성형수술을 하고 신분을 위조한 채 살인자의 아내가 된다.
섬찟한 이야기지만 분노를 시원하게 표출하며 카타르시스를 끌어내는 전형적인 복수극이다.
주인공 사키코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공통점을 지닌 다다토키와 부부가 된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못한다.
남편 다다토키가 숨진 채 발견된데다 인공심장 제공을 미끼로 사람들을 속여온 사기범으로까지 몰린 것이다.
살인 용의자인 현직 의사 히데오는 언론 등에 의해 오히려 정의로운 의사로 포장되고, 남편을 옹호하던 사키코는 비난을 받는다.
결국 직접 히데오를 심판하기로 한 사키코는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여자의 신분을 빌려 히데오와 결혼하는 데 성공한다.
스스로 호랑이굴로 들어간 사키코는 히데오가 살인자라는 증거를 찾아낼까.
야후 재팬 문학상 수상 작가인 아키요시 리카코의 장편이다.
김현화 옮김. 한경BP. 304쪽. 1만5천 원.
▲ 가슴에 강물처럼 흐르는 것들이 있다 = 서정시인 양광모가 그동안 펴낸 시집 중에서 독자들에게 애송된 시들을 흑백 사진과 엮은 필사 시집이다.
일상 속에서 건져 올린 아름다운 언어와 노래, 사진들로 위안을 구해보자. "별을 따려 하지 말 것// 지금 지구라는 별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시 '행복' 전문) 양광모는 경희대 국문과를 나와 시선집 '사람이 그리워야 사람이다', '네가 보고 싶어 눈송이처럼 나는 울었다'를 포함해 열다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