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미술품 수집 윤경석·여예진 부부
매년 부산국제아트페어를 찾는 부산 미술작품 수집 '큰 손'
"저는 소장의 즐거움으로 샀지 한 번도 되판 적이 없습니다.

몇십 년을 소장했고, 그러던 중 행운도 있었습니다.

고미술은 사람을 알아본다고 합니다.

선한 마음으로 보세요.

"
3일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미술 직거래장터 부산국제아트페어에서 만난 윤경석(64)·여예진(64) 부부는 미술품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며 수집가가 된 사연을 말했다.

이들 부부는 30여 년 전부터 미술품을 하나둘씩 모으다가 1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수집가로 나섰다.

부산국제아트페어 허숙 이사장 이사장은 이들 부부가 부산에 몇 없는 미술품 수집 "큰 손"이라고 말했다.

아내 여예진씨는 이제껏 수집한 미술품을 이용해 동래구에 박물관을 운영할 정도다.

2년 전 개소한 해당 박물관에는 전시된 작품만 100여 점에 달하고, 특별전 형태로 작가전시회가 열리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가 소장한 미술품 중에는 중국 현대미술 거장인 고 제백석 화가의 복숭아 그림이 있다.

고 제백석 화가가 그린 병풍은 중국에서 수천억원대 거래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통 도예 명인인 고 신정희 선생이 빚은 '승천'과 '백야' 작품도 이들이 소장하고 있다.

매년 부산국제아트페어를 찾는 부산 미술작품 수집 '큰 손'
여씨는 "미술품을 보며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이 바뀌어 운명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의 삶이 예술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삶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들 부부는 올해 19회를 맞은 부산국제아트페어를 매년 빼놓지 않고 방문한다.

여씨는 "부산국제아트페어는 화랑을 배제하고 작품을 만든 작가와 고객이 직접 소통을 할 수 있는 점이 다른 아트페어와 차별화된다"면서 "신인 작가들이 이곳에서 인맥을 만들어 나중에 개인전을 할 때 후원을 받기도 하는 등 기존 화랑이 만드는 질서에서 벗어나 작가가 자기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도 몇 년 전 이곳에서 보석 같은 작품을 발견한 적이 있다.

여씨는 "중국 작가의 작품이 매우 마음에 40점을 1억여원에 사려고 했는데 당시 사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3년도 되지 않아 해당 작가의 작품이 1점당 억대로 뛰면서 아쉬움을 삼켰다"고 말했다.

이들 부부는 수집을 하다 보면 예상치 못한 행운이 있을 수 있는 순간도 있지만, 그것이 소장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남편 윤씨는 "저는 소장의 즐거움으로만 살았지 한 번도 판 적이 없다"면서 "물질에 눈이 어두웠다면 저는 좋은 작품을 지금까지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윤씨는 미술품 소장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림을 샀을 때 개인에게 만족도가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작품"이라면서 "물질로서의 그림을 수집하면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을 잃기 쉬우니 가슴에 와닿는 좋은 작품을 좋은 마음과 좋은 생각으로 사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