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쫓아낼 수 있는 법안이 미 상원에 이어 하원에서도 통과됐다. 상당수 중국 기업이 상장폐지의 기로에 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회계감사 기준을 따르지 않는 기업을 증시에 상장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인 ‘외국회사문책법’이 하원을 통과했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과 크리슨 반 홀렌 민주당 상원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지난 5월 상원에서도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하면 이 법안은 효력을 지니게 된다.

외국회사문책법은 사실상 중국 기업을 미 증시에서 쫓아내려는 목적으로 상정된 전례 없는 법안이라는 분석이 많다. 법안에 따르면 미국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외국 정부에 의해 통제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3년 연속 미 회계감독위원회(PCAOB) 감사를 받지 않으면 해당 기업 주식을 거래 중지할 수 있다. 법안에 중국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외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다’ 또는 ‘3년 이상 PCAOB의 감사를 회피한 기업’에 해당하는 기업 224곳 중 213곳(약 95%)이 중국·홍콩 기업이다. 중국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PCAOB의 자국 기업 감사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중국 외 50개 이상 국가에서는 미국에 상장된 자국 기업에 PCAOB 감사를 허용한다. 반 홀렌 의원은 입장문에서 “미국 투자자들은 합법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상장사와 같은 기준을 따르지 않는 중국 기업에 속아서 투자해왔다”고 지적했다.

다만 미 증권업계에서는 중국 기업의 철수를 우려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미국은 월가의 이익을 고려해 중국 기업 상장을 허용해줬다. 실제로 월가에서는 “중국 기업이 자진 상장폐지 후 홍콩 등으로 옮겨가고 미국 투자자들은 손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갈등은 더욱 증폭되는 분위기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 하원 표결 전 기자회견에서 “중국 기업을 정치적으로 억압하는 차별적인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