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개국 900여 명의 연구진 참여
극점마저 얼음이 없어지는 현실 목격
"북극이 죽어가고 있다" 생생한 증언
지구가 언제까지 기다려줄 수 있을까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 극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가 언제까지 기다려줄까. 지난 11월 독일에서 출간된 《모자익 프로젝트(Eingefroren am Nordpol)》는 주요 언론으로부터 ‘충격적인 사진과 연구 자료로 보는 환경 재난과 기후 위기 결과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이 책은 독일 쇄빙연구선 폴라슈테른호의 항해 일지를 담고 있다. 폴라슈테른호는 2019년 9월 20일부터 2020년 10월 12일까지 1년 넘게 북극을 탐사하고 돌아왔다.

《모자익 프로젝트》에는 폴라슈테른호에 탑승했던 과학자들이 분석한 다양한 자료가 소개돼 있다. 빙하, 바다, 대기, 생태계 등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한 기후 변화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생생한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그동안 북극 빙하를 관찰하는 일은 주로 인공위성을 통해 이뤄졌다. 해가 뜨지 않는 겨울에는 추위와 두꺼운 빙하 때문에 접근 자체가 어려웠고, 현장 탐사는 주로 여름에만 제한적으로 진행됐다. 그런 면에서 모자익 프로젝트는 인류 전체에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제대로 일깨워준 ‘위대한 탐사’로 불릴 만하다.
‘가을: 시작, 얇은 얼음 위에서’로 시작해 ‘겨울: 얼음 위의 크리스마스’ ‘봄: 엄청난 빙하 용해’ ‘여름: 녹아내리는 빙하 덩어리’로 마무리된다.
1년 동안 탐사선에서 지낸 과학자들의 흥미진진한 일상도 함께 소개된다. 극한의 날씨는 상상을 초월한다. 빙하의 균열음이 뼛속까지 도달한다. 갑작스럽게 거대한 얼음산이 나타난다. 눈폭풍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한다. 북극의 칠흑 같은 밤은 수개월 동안 지속된다. 굶주린 곰과 빈번히 만난다. 예기치 않게 찾아온 불청객 코로나19 때문에 중도 포기를 고민했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