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단체 "철거 투쟁 지속" vs 보수단체 "대통령길 폐지 안 돼"

청남대 내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존치 결정이 찬반 단체 갈등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됐다.

충북도는 3일 철거 논란이 뜨겁던 두 전직 대통령 동상을 그대로 두는 대신 사법적 과오를 적시한 안내판을 세우고, 인근 대통령길 명칭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갈등 키운 전두환 동상 철거…충북도 존치 결정에 찬반대립 가열
그동안 동상 철거를 요구하던 5.18 단체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5·18 학살주범 전두환·노태우 청남대 동상 철거 국민운동'은 충북도 발표 직후 성명을 내 "동상 존치 결정을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단체는 "충북도가 역사정의와 올바른 민주주의를 외치는 우리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미봉책으로 막으려고 한다"며 "전두환 독재와 잔재를 비호하는 정의롭지 못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학살반란자의 동상을 즉시 철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청남대 안 가기 운동을 벌이는 동시에 법적·정치적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동상 철거를 반대하던 보수단체도 대통령길 폐지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충북자유민주시민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 "동상과 대통령길 모두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대통령길만 폐지하는 것은 동상 철거에 따른 법적 책임만 피하려는 극히 편협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갈등 키운 전두환 동상 철거…충북도 존치 결정에 찬반대립 가열
그러면서 "대통령길을 포함한 청남대 관광시설은 현행대로 존치해야 한다"며 "대통령길을 폐지하는 건 정치적 개입을 인정하는 동시에 또다시 논란의 불씨를 남기는 것"이라고 도를 압박했다.

이와 관련 충북도는 관련 법과 여론 등을 종합해 내린 결정이라며 더 이상의 소모적 논란을 경계하는 눈치다.

도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관련 법과 도민 여론, 청남대 관광에 생계를 의존하는 도민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고육지책"이라며 "세부사항은 추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될 자문위원회가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 횡령과 뇌물 등의 혐의로 징역 17년형이 확정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동상 역시도 같은 선상에서 처리할지 자문위가 검토할 것"이라고 기준을 제시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기인 1983년 건설된 청남대는 대통령 전용 별장으로 사용되다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일반에 개방됐고 관리권도 충북도로 넘어왔다.

이후 충북도는 청남대 관광 활성화를 위해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이르는 전직 대통령 10명의 동상을 세웠다.

지난 5월 충북 5·18민중항쟁기념사업위원회는 "국민 휴양지에 군사 반란자의 동상을 두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의 동상 철거를 요구했고, 보수단체가 이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