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우울한 젊음의 기억들 = 소설가 홍상화의 첫 소설집 '능바우 가는 길'을 새로운 제목과 구성으로 20년 만에 다시 펴냈다.
과거 작품집에 해설을 써줬던 문학평론가 고(故) 김윤식을 기리는 헌사인 동시에 작가 자신의 문학적 열정을 되새기는 다짐을 담은 재출간이라고 한다.
모두 8편의 중·단편을 실은 작품집은 두 축의 제재를 따라 구성됐다.
분단 현실과 아픔을 그려낸 작품들과 한국적 특수성을 지닌 정치·경제 분야의 문제들을 다룬 소설들이다.
작가는 불필요한 수식을 자제한 건조한 문체로 사회의 부조리와 억울함, 배신, 분노, 피해의식 등을 드러내면서도 이로 인한 아픔과 상처를 직시하고 휴머니즘을 통해 함께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홍상화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기업 활동을 하다가 소설가로 전업했다.
소설 '거품시대', '불감시대'를 일간지에 연재해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난 2005년 발표한 중편소설 '디스토피아'를 통해 사회주의 이념의 뿌리는 '증오'이고, 베트남 공산화가 국내 지식인들 사이에서 한반도 사회주의 완성을 앞당기자는 시대정신으로 작용했으며, 국내 좌파 진영의 주장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사 조류 속에서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고 주장해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문학사. 380쪽. 1만1천200원.
▲ 매끄러운 세계와 그 적들 = 지난해 일본에서 최고의 공상과학소설(SF)이라는 호평을 받은 장편이다.
특이점, 평행세계, 인격 이식 등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표제작과 '빛보다 빠르게, 느리게', '제로 연대의 임계점' 등 6편의 짧은 소설을 엮었다.
소녀들의 성장 소설이면서 첨단 과학의 개념과 독창적이고 기발한 상상력을 버무린 서사가 시선을 잡아끈다.
일본 SF의 신성으로 떠오른 한나 렌의 작품이다.
교토대학 문학부를 졸업한 그는 발표하는 소설마다 신선한 충격과 반향을 일으켰다.
소설가 정세랑과 천선란이 일독을 추천했다.
이영미 옮김. 엘리. 440쪽. 1만6천원.
▲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 = 부제는 '17가지 악당 키워드로 전하는 스토리 성공 전략'이다.
제목과 부제에서 보듯 잘 만들어낸 악당 캐릭터 없이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는 게 어렵다고 주장한다.
그림자, 절대성, 광기 등 악당의 유형을 17가지로 분류해 심층 분석하고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에서 빌런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낸 예시를 든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차무진이 썼다.
차무진과 김동식, 정명섭, 김선민, 장아미가 악당을 주인공으로 쓴 단편 5편을 묶은 소설집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도 함께 출간됐다.
요다출판사. 424쪽. 1만7천원.
▲ 버지니아 울프의 정원 = 버지니아 울프가 22년간 살았던 몽크스 하우스와 정원을 배경과 소재로 삼아 울프의 일상을 재현한다.
‘리스트의 환생’ ‘피아노의 젊은 황제’.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이자 이 대회 역대 네 번째 그랑프리 수상자인 1997년생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캉토로프(사진)에게 붙는 수식어다. 섬세한 음색으로 피아노의 서정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리는 그는 <아르떼>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ONF)는 단원의 개성과 음악적 해석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며 “항상 생동감과 예상치 못한 감정으로 가득하다”고 했다.이번 내한 공연은 캉토로프의 진면목을 맘껏 드러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다. 파리에 사는 캉토로프는 ONF 단원들과 막역한 사이여서다. 기존 단원들과도 연주할 기회가 많았고, 최근 합류한 단원도 같은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친구가 많다.캉토로프는 부모님이 모두 바이올리니스트인 집안에서 자랐다. 그도 어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지만 결국엔 피아노를 골랐다. “저는 어릴 때 게을렀어요. 빨리 뭔가를 이해하고 바로 결과물을 내고 싶었는데 바이올린은 안 그랬어요. 제대로 된 소리를 내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하지만 피아노는 보상이 비교적 즉각적이에요. 멜로디와 화음을 바로 낼 수 있고 간단한 곡도 빨리 연주할 수 있어요. 각 음표가 피아노 건반과 직접 연결된다는 사실도 논리적이고 직관적이어서 좋았어요.”캉토로프는 음악 외의 영역에선 변화를 최소화하려고 한다. 여러 나라의 공연장을 돌면서 새로운 피아노로 연주해야 하는 낯선 환경에서 안정감을 지키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시간은 악보 분석에 쓴다.“평소 연주에서의 몸짓, 음표 사이의 타이밍, 전체 곡을 하나의 유기적인 흐
다음달 29년 만에 내한하는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는 두 개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첫날인 4월 29일 롯데콘서트홀에선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의 대가 샤를 카미유 생상스(1835∼1921)의 작품으로 전체 레퍼토리를 채운다. 생상스 ‘맹세에 의한 3개의 교향적 회화’ 중 3악장,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 ‘이집트’,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30일 예술의전당에선 보다 다채로운 레퍼토리를 공개한다.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아를의 여인’ 모음곡 2번, 라흐마니노프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프랑스 작곡가 라벨이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루마니아에서 태어나 미국, 독일을 거쳐 프랑스 국립 악단을 이끌게 된 미국인. 2024년 파리올림픽 개막식 공연과 그래미상 수상을 나란히 경험한 거장. 지휘자 크리스티안 머첼라루(45·사진) 얘기다. 동시대 40대 지휘자 중 가장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경험을 지닌 그가 다음달 29일과 30일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한국을 찾는다. 그를 서면으로 미리 만났다.머첼라루의 유년 시절은 격동기였다. 1980년 그가 태어난 루마니아 서쪽 끝 도시인 ‘티미쇼아라’는 한국인에겐 생소하지만 루마니아에선 현대사를 결정지은 곳이다. 1989년 이 도시는 독재자 차우셰스쿠를 몰아낸 혁명의 발상지였다. 머첼라루는 독재자가 최후를 맞이하고 공산정권이 무너지는 과정을 봤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자유와 해방의 행복감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경험한 시기”였다.혁명과 함께 시작한 그의 10대였다. 음악가를 부모로 둔 머첼라
프랑스 영화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포근한 제목과 달리 다소 낯선 느낌의 작품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감독과 배우의 면면 때문이다. 감독인 에르완 르 뒤크는 신예급이고 남우주연 나우엘 페레스 비스카야트는 아르헨티나 배우다. 여우주연 셀레스트 브룬켈은 2002년생이다. 그런데 영화는 뜻밖이다. 그것도 아주. 이유는 영화의 서사를 꽤 시적으로 꾸미고 있기 때문이다.이런 식이다. 딸 로자(셀레스트 브룬켈 분)의 남자 친구 유제프(모하메드 루리디 분)는 날마다 그녀 집에서 자고 간다. 멀쩡한 계단을 놔두고 그녀의 아빠 에티엔(나우엘 페레즈 비스카야트 분)의 눈을 피해 2층 창문으로 기어 올라가는 수고를 하면서까지. 그러면서도 둘은 육체적 관계를 하지 않는다. 로자는 아빠 에티엔에게 유제프와의 첫 경험 얘기는 꼭 공유하겠다고 말한다. 로자가 유제프와 자지 않는 이유는 아빠가 상심할까 봐여서다. 에티엔과 로자 부녀는 특별하다. 로자는 에티엔을 아빠 이상으로, 삶의 동반자이자 반려자로 사랑한다. 그렇다고 이성으로까지는 아니다.로자는 그림을 잘 그린다. 프랑스 동북부 예술전문대학인 메스에 입학 허가를 받은 참이다. 로자의 그림 실력은 엄마 발레리의 유전자 덕인데, 발레리는 에티엔과 하룻밤 정염으로 로자를 낳은 후 갓난아기일 때 부녀를 버리고 떠났다. 이 가족은 다시 만나지 못했다.아빠 에티엔은 해안 작은 도시의 시청 아마추어 축구단 코치로 살아가며 택시기사인 엘렌(모드 와일러 분)과 사귀는 사이다. 에티엔은 혼자 이를 악물고(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이 전혀 드러나지 않지만) 딸아이를 키워냈다. 당연히 너무 힘들고, 너무 외로웠을 것이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