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국 부장판사, 법원 내부망 글 올려 진상 파악 요구
현직 판사 '재판부 사찰' 의혹 비판…일각선 신중론 제기(종합)
현직 부장판사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재판부 사찰' 의혹과 관련해 법원행정처에 진상 파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제주지법 장창국(53·연수원 32기) 부장판사는 25일 법원 내부망에 `판사는 바보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공소 유지 참고자료' 명목으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을 맡은 판사의 개인정보와 성향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대검 측 해명에 대해 "참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장 부장판사는 "얼마나 공소 유지에 자신이 없었으면 증거로 유죄 판결을 받으려는 게 아니라 판사의 무의식과 생활 습관인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으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가 증거로 재판할 생각을 해야지,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만들어내겠다니, 그것은 재판부를 조종하겠다, 재판부 머리 위에 있겠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장 부장판사는 또 "대법원 행정처(법원행정처)에 부탁한다"며 "판사 뒷조사 문건이 무슨 내용이고 어떻게 작성됐는지 확인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고발도 해달라, 검찰을 못 믿겠다면 공수처도 좋다"며 "유리한 재판을 받으려는 이런 시도는 어떤 경우에도 예외 없이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선언해달라"고 강조했다.

장 부장판사의 글에는 이날 동조하는 댓글이 10건 가까이 달리는 등 호응을 얻었다.

반면 일부 판사들은 개인 의견을 전제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전까지 의견을 내는 게 조심스럽다는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수도권 법원에 근무하는 한 부장판사는 "법원 내에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드러냈다.

다른 고등법원 부장판사도 "법관을 뒷조사해서 약점을 잡아낸 것이라면 사찰이지만, 평소 재판에서 증거 채택에 엄격한지 알아보는 것은 변호인들도 흔히 하는 정보 수집에 불과하다"며 사실관계 확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아무리 사법부가 직접 관련된 일이라고 해도 법관이 고발을 쉽게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 부장판사의 글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울산시장 선거개입과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판사들의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해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이 이를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검찰청은 어떤 판사가 증거 채택이 엄격한지 등 재판 스타일을 파악하기 위한 `공소 유지 참고자료'를 파악했으나, 이는 모두 공개된 자료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