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명 의원들 적극 부인…언론윤리 위반 비판도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칼 번스타인이 사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한 공화당 상원의원 21명의 실명을 트위터를 통해 22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번스타인은 이들 상원의원이 사적인 자리에선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고 그가 대통령으로서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명단에는 대선 결과에 불복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밋 롬니, 수전 콜린스, 러마 알렉산더, 벤 새스 의원과 평소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마르코 루비오 의원 등이 올랐다.

현재 CNN 방송에서 정치분석가로 활동하는 번스타인은 어떠한 비밀유지 서약도 어기지 않았으며, 동료 의원, 보좌진, 로비스트 등과 만나면서 명단에 오른 의원들의 '은밀한 감정'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번스타인은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이들은 공개석상에서 비겁하게 침묵했고,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선거제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는 가장 안타까운 행동을 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명단에 오른 의원들이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에 기뻐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즉각 반응을 내놨다.

척 그래슬리 상원의원 대변인은 번스타인 리스트가 사실이 아니라면서 "그래슬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이며, 대통령에게 반대할 때는 침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미국 기자들은 이 근거 없이 전해지는 루머를 받아들이길 재고할 만큼 현명하며, 그 덕분에 (그래슬리 의원의) 잃어버린 신뢰가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드 영 상원의원 측은 "번스타인의 출처 없는 유언비어는 반응을 내놓을 만한 가치가 없다"면서 "영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훌륭하게 협력해왔고 인디애나주에서 몇 차례 역사적인 승리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롭 포트먼 상원의원 측은 "번스타인에게 (트럼프 대통령을 경멸하는) 얘기를 한 적 없으며, 그가 어디에서 이런 거짓 정보를 얻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등을 진 롬니 의원 측은 "(롬니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롬니 의원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 "대통령이 이제는 각 주 당국에 국민의 뜻을 뒤집고 선거 결과를 뒤엎으라 압박한다"면서 "이보다 더 나쁘고 비민주적인 현역 대통령을 떠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번스타인의 '트위터 폭로'를 두고 언론인으로서 직업윤리를 어겼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미국 기자들이 현역 의원과 사적인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의구심을 나누는 경우는 많았지만, 이들의 이름을 공개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AP통신은 평가했다.

언론법과 언론윤리 전문가인 로이 거터먼 시러큐스대 교수는 번스타인의 폭로가 이례적인 경우라면서 "번스타인이 (의원 명단을 공개한 것이) 탐사보도로 쌓은 명성을 내걸만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번스타인은 지난 20일에도 CNN 방송 '뉴 데이'(new day)에 출연해 명단에 오른 의원 21명 중 15명의 실명을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