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챔버와 함께 '국내 실내악단 첫 상주 연주자'…내년까지 롯데콘서트홀 상주
현악사중주단 에스메콰르텟 "무대에 대한 갈망 많았다"
잘난 척하기 좋아하는 바이올리니스트와 또 한 명의 형편없는 바이올리니스트, 바이올린을 하다 전공을 바꾼 비올리스트와 세 사람을 모두 싫어하는 첼리스트가 모인 집단.
세계 최정상급 실내악단 중 하나인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과거에 농담으로 자신들의 구성을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

반어법이 섞인 우스갯소리이지만, 그만큼 각자 맡은 역할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네 명의 여성이 뭉친 현악사중주단 '에스메 과르텟'은 이런 '화학적 결합'의 난해함을 비교적 잘 극복해가는 악단으로 평가받는다.

멤버인 배원희, 하유나(이상 바이올린), 김지원(비올라), 허예은(첼로)은 서로 개성을 존중하며 긴밀하게 호흡한 덕분인지 2016년 10월 창단 후 짧은 시간 안에 유럽을 평정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창단 직후 퀼른 콩쿠르에서 우승했고, 2017년 독일 바이커스하임 실내악 페스티벌 신인상을 받았다.

이듬해 세계 최고 권위 실내악콩쿠르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에서 국내 실내악단 최초로 우승하는 등 이력이 화려하다.

에스메는 롯데콘서트홀이 올해부터 운영하는 상주단체 성격의 '인하우스 아티스트'에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함께 선정됐다.

에스메와 올해 창단 55주년을 맞은 코리안챔버는 내년까지 상주 아티스트로 무대에 선다.

국내에서 실내악 연주단체가 상주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롯데콘서트홀 측은 앞으로 탁월한 역량과 독특한 색깔을 지닌 연주자를 매년 2팀씩 선발할 계획이다.

현악사중주단 에스메콰르텟 "무대에 대한 갈망 많았다"
에스메 리더 배원희는 23일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리허설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롯데콘서트홀은 무대에서 서로가 예민하게 들을 수 있는 음향을 갖고 있다"며 "우리 연주는 굉장히 파워풀하다고 하는데 그걸 감당하는 곳이라 즐겁고 편하게 연주한다"고 말했다.

에스메는 지난 6월 데뷔 콘서트와 8월 클래식 레볼루션 체임버 데이 공연으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섰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면서 세 차례 자가격리를 감수했고, 오는 28일부터 내년 5월까지 세 차례 실내악 연주를 한다.

김지원은 "6월에 데뷔 콘서트를 하고 내면적으로 많이 성장했다"며 "코로나19 때문에 연주를 잘 못 하고 공연이 취소됐는데 무대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

다행히 유럽 연주를 마치고 왔다"고 말했다.

배원희는 "운이 좋게도 항상 한국에 올 때는 유럽의 락다운(이동제한령) 시점이었다.

우리 나름대로 에스메가 모이면 운이 좋다고 이야기한다"며 웃었다.

허예은은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변경하거나 선정하지는 않았다"며 "연주에 대한 갈망이 있는 청중들이 많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곡, 재미있고 좋은 곡을 선정해 즐길 수 있게 해드리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항상 가족처럼 붙어서 연주를 하는데 유럽에서는 1.5 미터씩 서로 떨어져서 하라고 했다"며 "연주자로서 이런 새로운 상황에도 대처해야 하는데 살아남는 방법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에스메는 28일 68개 현악 사중주를 작곡한 하이든의 대표작 '처음 뵙겠습니다'(하우 두 유 두), 런던 위그모어홀 콩쿠르 준결승에서 연주한 베토벤의 '라주모프스키 2번', 드보르자크의 '현악사중주 13번'을 선보인다.

내년 5월엔 두 차례 무대에 올라 모차르트와 드뷔시, 차이콥스키, 슈베르트,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연주한다.

현악사중주단 에스메콰르텟 "무대에 대한 갈망 많았다"
김민 코리안챔버 음악감독은 "악보가 없어 밤새도록 베껴 가며 악보를 만들었던 시절이 있었다"며 "척박한 환경 속에서 실내악을 하겠다는 의욕으로 시작했는데 실내악으로 상주단체가 되는 건 최초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코리안챔버는 1965년 '서울바로크합주단'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1천 회 넘게 연주를 해왔다.

영국 퀸 엘리자베스 홀과 독일 베를린 콘체르트 하우스,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등 세계적인 콘서트홀 무대에도 섰다.

오는 26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함께 비발디의 사계, 버르토크의 루마니안 춤곡과 현을 위한 디베르티멘토를 연주한다.

내년 3월에는 탱고의 거장인 피아졸라의 탄생 100주년 기념 공연을, 7월에는 하이든과 본 윌리엄스, 차이콥스키의 곡을 연주한다.

현악사중주단 에스메콰르텟 "무대에 대한 갈망 많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