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발발 초기 대전형무소 수감 민간인…미성년자·여성도 희생돼
시민단체 "평화공원 조성, 유해발굴 더 체계적으로"
대전 골령골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해 250여구 임시 안치시설로
6·25 전쟁 당시 대전형무소에 수감됐다 집단 학살된 희생자 유해 250여 구가 20일 추모 시설에 안치됐다.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과 대전 동구 등은 이날 동구 낭월동 일원에서 희생자 봉안식을 했다.

유족과 시민사회단체, 동구 관계자 등이 참석해 종교의식, 묵념, 제례 등을 지냈다.

이어 세종시 전동면 추모의 집으로 이동해 희생자 유해를 안치했다.

지난해 안치된 유해 54구와 함께 2024년 산내평화공원 건립 때까지 임시 안치된다.

이번에 발굴한 유해 250여 구는 지난 9월 20일부터 42일 동안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공동조사단이 제1 학살지 일부인 가로·세로 10m 공간에서 수습한 것이다.

희생자들은 한국전쟁 발발 초기인 1950년 6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대전형무소에 수감된 민간인으로, 집단 학살당한 뒤 암매장된 것으로 전해진다.

제주 4·3사건 관련자 300여 명을 비롯해 좌익인사, 보도연맹자 등 1천800명에서 많게는 7천여 명이 처형된 것으로 추산된다.

대전 골령골 민간인학살 희생자 유해 250여구 임시 안치시설로
유해 대부분은 18∼35세 남성으로 추정되나, 미성년자와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유해도 발견됐다.

당시 미성년자와 여성도 희생됐다는 점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공동조사단장인 충북대 박선주 명예교수는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치아와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골반·팔뼈 등이 발견됐다"며 "그동안 미성년자와 여성도 희생됐다는 게 증언으로만 있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공동조사단은 탄피와 45구경 권총, 단추, 수갑류 등도 발견했다.

대전지역 26개 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으로 구성된 '대전 산내 골령골 대책 회의'와 유족들은 봉안식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평화공원 조성과 유해 발굴을 촉구했다.

낭월동 일원에 총 8곳의 암매장지가 있고 이 가운데 2곳은 대규모 매장지로 추정되지만, 현재까지 발굴한 유해가 300여 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책 회의는 "정부는 애초 올해까지 이곳에 평화공원을 준공할 예정이었지만, 준공은 고사하고 착공조차 못 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의 인권평화공원 추진단을 구성해 사업을 체계적으로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현재 방식을 유지하면 유해 발굴에만 몇 년이 소요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전문 발굴팀이 구역을 나눠 동시에 집중적으로 발굴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책 회의는 또 "대전시는 관련 조례를 만들어놓고, 3년 넘게 인권평화공원 추진위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며 "대전시는 평화공원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제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신청 접수창구를 주민센터 등에 만들어 달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