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한-EU FTA 전문가 패널서 언급…불이익 조치 공식 시사
EU, 한국 ILO 핵심협약 비준 지연에 "대응책 채택할 수도" 경고
유럽연합(EU)이 한국에 대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있음을 공식적으로 시사했다.

고용노동부가 18일 공개한 한-EU 전문가 패널 심리 자료에 따르면 EU는 지난 8∼9일 화상으로 열린 한-EU 전문가 패널에서 양측에 주어진 공통 질의에 대해 이 같은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EU는 한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뤄온 게 한-EU FTA 위반에 해당한다며 2018년 말 한국을 상대로 분쟁 해결 절차에 돌입했다.

전문가 패널은 분쟁 해결 절차의 마지막에 해당한다.

전문가 패널은 이달 중 보고서를 통해 결론을 낼 예정인데 여기에는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가 담길 수 있다.

EU는 '패널 보고서 발간 이후 가능한 후속 조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FTA 규정은) 피소국이 패널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제소국의 FTA에 따른 무역 양허 중단을 허용하지 않는다"면서도 "양 당사자가 국제법에 따라 기타 적절한 대응책을 채택할 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무역 보복 조치를 하지는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의 불이익 조치를 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EU가 한국에 대해 통관 절차 강화 등의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EU, 한국 ILO 핵심협약 비준 지연에 "대응책 채택할 수도" 경고
한국 정부는 전문가 패널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안과 그 내용을 반영한 노동조합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점 등을 강조하며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EU는 노조법 개정안의 근로자 개념이 특수고용직(특고) 종사자 등을 포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거론하며 "(특고를 포함한) 자영업자의 결사의 자유 배제와 관련한 EU의 우려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U는 "기업 단위 노조의 경우 여전히 (기업 소속이 아닌) 비종사 근로자는 노조 간부 피선 자격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별 노조의 임원을 기업 소속 조합원으로 제한한 노조법 개정안 조항도 문제로 거론했다.

또 "(비종사 조합원의 사업장 출입 등에 대해 적용한)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라는 단서는 결사의 자유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국내 노동계도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은 ILO 핵심협약 기준에 맞춰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확대했지만, 경영계 요구에 따라 파업 시 사업장 점거 금지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