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찬성 표결에 환영…사형제 폐지해야"
법무부 "권고적 성격…국민 여론 등 종합적 검토해야"
정부, 유엔총회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 첫 찬성(종합)
법무부는 제75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인권담당)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일시적 유예) 결의안에 찬성했다고 18일 밝혔다.

결의안은 ▲ 지속되는 사형 집행에 대한 우려 ▲ 사형 집행의 점진적 제한과 아동·임산부·지적장애인에 사형선고 제한 ▲ 사형선고 범죄 축소 ▲ 공정한 사면심사 ▲ 자유권 제2선택의정서(사형제 폐지) 가입 고려 ▲ 사형제 폐지를 염두에 둔 모라토리엄 선언 등을 담고 있다.

유엔은 2007년부터 2018년까지 7번에 걸쳐 사형제 폐지를 목표로 사형집행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한국은 줄곧 기권 표결을 했다.

결의안 내용에 들어가는 `사형제 폐지를 염두에 둔 모라토리엄 선언'이라는 항목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법무부는 한국이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라는 국제사회의 인식과 결의안 찬성국이 꾸준히 늘어나는 점 등을 고려해 이번에 처음 찬성 표결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정부가 유엔의 사형집행 모라토리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사형제 폐지에도 한 발 다가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이후 약 23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국제사회에서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사형 제도가 없는 국가는 106개이며 한국과 같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36개국이다.

아직 현행법에는 사형제가 남아있어 종교계와 인권 단체를 중심으로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지속해서 나온다.

한국은 15대 국회부터 20대 국회까지 `사형 폐지 특별법'이 8번 발의됐다.

제19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국회의원 과반수가 서명하기도 했다.

모두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05년부터 최근까지 지속해서 정부에 사형제도 폐지를 권고하고 있지만 수용되지 못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1996년과 2010년 사형제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 심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0년 합헌 결정 당시 합헌과 위헌 의견이 5대4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고, 현재 헌재 구성이 진보성향 4명, 보수성향 3명, 중도성향 2명으로 구분돼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천주교회는 지난해 2월 헌재에 사형제도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대선 후보 시절 사형제 폐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지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처장은 "한국 정부의 고무적인 입장 변화를 환영한다"며 "모라토리엄 선언을 시작으로 사형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형제도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여전히 크다.

2018년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는 `사형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22%만인 `폐지해야 한다'고 봤다.

법무부도 이번 결의안에 대해 권고적 성격인 만큼 사형제를 폐지하거나 형법 체계를 변경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부는 "사형제도 폐지 여부는 국가형벌권의 근본과 관련되는 중대한 문제이므로, 사형의 형사정책적 기능, 국민 여론과 법 감정,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해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