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공화국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급진적인 실험이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소련은 공동 생산과 분배라는 사회주의 최정점의 시스템을 지구상에 실현해보려 했지만 결국 인간 본성을 무시한 몽상이었음을 스스로 입증하며 수명을 다했다.

소련은 당시 체제 유지를 위해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장기간 수용소에 가두고 탄압했다.

당시 수용소 안에서 '인권'이란 단어는 사치였다.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 강제 노역, 고문과 처형 등으로 고통과 공포에 떨었던 재소자들은 최소한의 식량과 잠자리에도 감사함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한 소련 수용소의 비인간적 실상이 세계인에게 알려지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작품이 바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수용소 군도'이다.

사회주의 독재의 민낯…'수용소 군도' 22년만에 개정판 출간
러시아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이면서 대표적인 반체제 인사였던 솔제니친이 11년간 수용소 및 유형 생활을 하며 보고 겪은 일들을 생생하게 기술한 20세기 '기록 문학'의 정수다.

저자 자신의 목소리는 물론 200명 넘는 죄수들의 이야기와 편지를 담아낸 방대한 분량의 작품으로,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돼 3천만 부가 넘게 팔렸다.

특히 이 책에서 이뤄진 폭로로 인해 소비에트 사회주의 정권의 비윤리성과 부도덕함, 이중성 등이 나라 안팎에 알려지면서 세계 최초이자 최대 공산주의 국가의 붕괴를 촉발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세계사를 바꾼 이 책이 22년 만에 새 옷을 갈아입고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도서 출판 열린책들은 1988년 초판의 번역(김학수)을 유지하되 각종 오류를 바로잡고 바뀐 한글 맞춤법과 외래어 표기법을 반영해 개정판을 출간했다.

모두 6권으로 이뤄졌으며, 공식 출간일은 오는 20일이다.

특히 원서에 있던 도판 50여 점을 처음으로 수록했다.

재소자 시절 솔제니친의 모습과 수용소 내부 모습, 총살된 사람들의 얼굴 등을 볼 수 있다.

1918년 러시아 키슬로보츠크의 지식인 가정에서 태어난 솔제니친은 로스토프대학 수학과를 졸업했다.

2차 대전 당시 포병 장교로 참전해 훈장을 두 개나 받았지만, 1945년 친구와 주고받은 편지에서 스탈린을 비난해 징역형이 선고됐다.

1962년 첫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발표해 소련은 물론 전 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1970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1974년 독일로 추방됐으며, 1976년 미국으로 망명했다.

1994년 20년간 망명 생활을 끝내고 러시아로 돌아갔으나 2008년 8월 모스크바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