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결선 투표서 친러 도돈 대통령에 15% 포인트 차로 승리
워싱턴 세계은행서 근무, 총리 지내…도돈은 "소송 제기할 것"

옛 소련의 일원이었던 동유럽 소국 몰도바에서 치러진 대선 2차 결선투표에서 친서방 성향 후보 마이야 산두 전 총리가 친러시아 성향의 이고리 도돈 현 대통령에 승리를 거뒀다.

16일(현지시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몰도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치러진 대선 2차 결선 투표 개표 결과 산두(48) 전 총리가 57.7%, 도돈(45) 대통령이 42.2%를 득표해 산두 후보가 15% 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승리했다고 이날 밝혔다.

투표율은 52.7%로 파악됐다.

몰도바 대선서 친서방 후보 산두 당선…"EU와 통합 추진"(종합)
이번 결선 투표는 지난 1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다수 득표자가 승리하게 된다.

이로써 산두는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4년 임기의 새 몰도바 대통령에 취임하게 됐다.

산두는 이날 승리가 유력해진 뒤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분열된 사회를 통합하고 심각한 경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취임 후 현재 도돈 대통령 지지 정당인 '사회주의자당'이 장악하고 있는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도돈 대통령의 임기는 오는 12월 23일 종료된다.

도돈은 이날 개표 결과가 알려진 뒤 브리핑에서 "잠정적으로 경쟁자 산두를 축하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선거운동본부가 (산두 진영의) 수많은 (선거법)위반행위를 확인했다"며 축하가 잠정적인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법원·중앙선관위·헌법재판소 등에 이의 신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돈은 그러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선 "평온을 유지하고 절대 저항이나 안정 훼손 행동에 나서지 말라. 길거리로 나설 필요가 생기면 얘기하겠다"고 자제를 주문했다.

지난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인구 350만명의 소국 몰도바는 총리와 의회가 주로 국정을 책임지고 대통령은 외교권과 군통수권을 행사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정치 체제를 갖고 있다.

몰도바는 러시아와 이웃한 우크라이나와 유럽연합(EU) 국가인 루마니아 사이에 끼어있어 서유럽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세력과 친러시아 세력이 오랫동안 대립해 왔다.

몰도바 대선서 친서방 후보 산두 당선…"EU와 통합 추진"(종합)
중도우파 '행동과 연대당'을 이끄는 산두 전 총리는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미국, EU 등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한다.

산두는 앞서 선거운동 기간에 "몰도바를 EU와의 통합으로 이끌고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당선되면 EU의 재정 지원을 더 많이 확보하겠다면서 몰도바의 고질적 병폐인 부패와도 싸우겠다고 공언했다.

블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산두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 양국 협력 관계 발전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고 크렘린궁이 전했다.

몰도바 대학에서 경제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한 산두는 2010년 미국 하버드대학의 공공정책 전문대학원인 케네디 스쿨에서 수학했다.

2010~2012년 미국 워싱턴의 세계은행 본부에서 집행이사 고문으로 일하기도 했다.

경제부 근무를 거쳐 교육부 장관(2012~2015년)을 역임했다.

뒤이어 2015년 친유럽 성향의 정치단체 '산두와 함께 발걸음을'을 창설하며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이듬해 이 단체를 발전시킨 정당 '행동과 연대당'을 창당해 의장을 맡았다.

그는 지난 2016년에도 행동과 연대당의 공천을 받아 대선에 출마했으나 도돈과 2차 결선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4% 포인트 차(52% 대 48%)로 패했었다.

2019년 도돈 대통령 아래서 총리를 맡아 약 4개월 동안 연정을 이끌다 물러나기도 했다.

몰도바 대선서 친서방 후보 산두 당선…"EU와 통합 추진"(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