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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노골적 경영개입 하겠다는 국민연금, 어디까지 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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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투자기업에 대한 경영개입을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경영개입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무시하고 스튜어드십 코드(2018년),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2019년)을 차례로 도입한 데 이어 투자대상 기업들에 ‘이사회 구성·운영에 대한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고 나섰다. 여기에는 이사회가 최고경영자 승계 방안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라든가, 적대적 인수 시도가 있더라도 경영진 보호를 위해 자본구조를 변경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감사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라는 것도 요구사항 중 하나다. 모두 기업들이 심각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만한 내용이다.

    “주주권 행사 방향을 이해관계인에게 안내해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게 국민연금의 설명이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곳은 드물 것이다.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가 300여 개, 10% 이상 투자한 곳은 100여 개에 달한다. 자본시장에서 ‘슈퍼 갑’으로 통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르는 판국이다. 아무리 “권장사항일 뿐”이라고 포장해도 이를 지키지 않으면 언제든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데, 국민연금 요구를 거부할 간 큰 기업이 어디 있을까.

    선례를 봐도 그렇다. ‘주주가치 제고’란 명분을 내세운 스튜어드십 코드와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이 ‘기업 길들이기’ 수단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국민연금이 스스로 정한 스튜어드십 코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오락가락 의결권을 행사했다가 “행사기준을 일관성 있게 보완하라”는 요구를 감사원으로부터 받은 게 넉 달이 채 안 됐다. 세계적 추세와도 안 맞는다.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같은 글로벌 연기금들은 기업의 다양한 경영환경을 고려해 이사회 구성 및 운영과 관련해서는 대원칙만 밝힐 뿐, 세세한 기준을 따로 두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 4년차를 맞아 당정은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 제·개정안) 노동이사제 등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법안 마련에 혈안이다. 여당은 “규제 3법을 함부로 통과시켰다가는 전세대란급 혼란이 올 것”(상장사협의회)이라는 비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마저 ‘연금 사회주의’ 논란을 더 키울 가이드라인으로 장단을 맞추니 대체무슨 의도이며, 어디까지 가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기업들은 반(反)기업 규제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악전고투 중이다. 이런 상황에 국민연금까지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은 연금 운용수익률 제고는 물론 국가경쟁력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국민연금은 지금이라도 경영개입을 멈춰야 한다. “공적연금인지, 투기펀드인지 모르겠다”는 경제계 아우성을 못 듣는 것인가, 안 듣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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