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산업은행이 발표한 항공사 구조조정 계획의 영향으로 국내 항공주가 일제히 급등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은 곳도 정부의 지원 기대에 큰 폭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항공사 간 출혈경쟁이 완화되는 등 산업 전반의 수혜가 기대된다”면서도 “구조조정 향방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16일 가격제한폭(+29.84%)까지 오른 5만570원에 장을 마쳤다. 대한항공은 12.53% 올랐다. 이들 종목의 주가가 급등한 건 정부와 산은이 이날 발표한 두 항공사 통합 효과에 대한 기대감 덕분이다.

정부가 저비용항공사(LCC)를 통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련 종목 주가도 급등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이 모기업과 마찬가지로 가격제한폭(+29.91%)까지 상승했고, 진에어도 13.37% 급등했다. 정부가 통합 대상이라고 밝힌 또 다른 LCC 에어서울은 비상장사다. 구조조정 대상이 아닌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도 각각 7.76%, 7.02% 상승했다.

기업 인수합병(M&A)이 발표되면 피인수기업의 주가는 오르지만 인수기업은 비용 부담 우려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날 발표 뒤에는 대한항공도 크게 올랐다. 이 같은 흐름에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국내 항공산업 전반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통합 뒤 중복 노선과 저수익 노선을 축소하는 등 수익성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독과점 우려가 높아지면서 정부가 새 운임 규제를 도입할 수도 있지만 할인율을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평균 운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통합 LCC의 경쟁사로서 시장에 필요하다”며 “정부가 도와줄 거라는 기대가 있어 매수세가 몰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구조조정 과정에서 주가가 급변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구조조정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며 “변동성이 너무 커 투자자가 대응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