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사 참수사건 이후 무슬림 보도 관련…'트럼프 같다'는 지적엔 움찔
엘리제궁에서 NYT에 항의전화한 마크롱…"미 언론, 폭력 정당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뉴욕타임스(NYT) 칼럼니스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프랑스의 입장을 다룬 영어권 보도가 폭력을 정당화한다며 항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NYT 칼럼니스트 벤 스미스는 15일자(현지시간) '대통령 대 미국 매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후 엘리제궁 집무실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온 사실을 소개했다.

최근 프랑스 역사교사가 이슬람 극단주의 청년에게 거리에서 참수당한 사건으로 촉발된 일련의 테러 공격과 관련, 미국 언론이 테러리스트들 대신에 프랑스의 책임으로 돌렸다는 게 그의 문제 제기였다.

피해 교사는 수업 시간에 표현의 자유를 알려주려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풍자 소재로 삼은 만평을 보여줬다가 변을 당했다.

스미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통화에서 "프랑스가 5년 전 공격당했을 때는 전 세계 모든 나라가 우리를 지지했다"며 지난 2015년 11월 13일 파리 북부 바타클랑 극장과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 등 6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총격·폭탄테러를 벌여 130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우리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 즉 계몽주의와 프랑스 혁명의 계승자인 나라에서 글을 쓰는 기자들이 폭력을 정당화하며 '프랑스가 인종차별주의적이자 이슬람 혐오주의적인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것은 근본 원칙들이 상실된 것이라고 말하겠다"고 비판했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영어권, 특히 미국 매체들이 프랑스의 정교분리(라이시테)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했다고 스미스는 전했다.

지난달 16일 발생한 역사교사 참수 사건 이후 프랑스에서는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마크롱 대통령은 무함마드에 대한 풍자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고 옹호하면서 이슬람교를 겨냥, 정교분리 원칙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드러내 왔다.

스미스는 통화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미국 매체에 대한 강경한 불만 제기가 언론에 대한 공격을 통해 자신의 어젠다를 띄운다는 점에서 '약간 트럼프적(Trumpian)이지 않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그러자 마크롱 대통령은 그저 자신과 자신의 나라에 대한 이해가 제대로 이뤄지길 원했을 따름이라면서 "프랑스에 대한 질문이 있으면 언제라도 전화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빗댄 데 대해 "나는 당신들의 신문을 읽는다.

나는 당신들의 독자 중 하나"라고 움찔했다고 스미스는 전했다.

스미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정작 NYT 파리지사의 인터뷰 요청에 응한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슬람 분리주의에 대한 마크롱의 전쟁이 프랑스를 더 분열시킬 뿐'이라는 제목의 파리 특파원의 칼럼을 인터넷에 실었다가 사실 관계상 오류를 들어 해당 칼럼을 내렸고, 폴리티코 유럽판도 '프랑스의 위험한 분리주의교'라는 사설을 발행했다가 삭제했다고 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시 FT를 통해 소개된 항의 서한에서 "프랑스는 기독교인이나 유대인, 불교도, 그 외 모든 종교인에 대해서와 마찬가지로 무슬림에 정교분리적"이라며 '무슬림 낙인찍기' 논란에 반박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