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 3년 만에 신작 동화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

수십 년 전에 비하면 물질적으로 너무나 풍족해진 요즘 아이들. 하지만 소셜미디어와 통신 기기 발달로 자신과 남의 삶을 비교할 기회가 많아지면서 더 갖지 못한 처지를 비관하는 아이들도 많다.

청소년 소설 '완득이'로 유명한 작가 김려령이 3년 만에 내놓은 동화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문학과지성사 펴냄)에 나오는 두 아이는 뭔가 조금 다르다.

현성이는 어느 날 비닐하우스에서 살게 됐고, 장우는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삶이 복잡해졌다.

우울증에 빠지거나 엇나갈 만한 환경이지만 두 아이는 서로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하며 씩씩하고 유쾌하게 성장해 나간다.

비닐하우스에 살게 되면서 새 학교로 전학 온 현성이는 다니던 학원도 경제적 이유로 끊어야 했기에 시간이 많아졌다.

혼자서 다른 비닐하우스들을 탐험하며 점차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가던 현성이에게 가장 큰 위안은 새로운 학교에서 유일하게 말을 걸어온 장우와 친구가 된 것이다.

비닐하우스에서 지내도 꿋꿋하고 유쾌한 아이들
현성이와 장우는 비닐하우스 하나를 찾아 무거운 현실 속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지트로 삼는다.

이 공간에서 방과 후 시간을 보내며 힘든 현실을 잊어가던 어느 날 이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녀석들'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시리즈로 올리기 시작하면서 재미를 찾는다.

말 그대로 별다른 일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동영상이지만 조회 수와 댓글이 차츰 늘어나는 등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하는' 동영상 제작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된다.

그러면서 어른들 때문에 멀어졌던 세상 속으로 다시 조금씩 발을 내딛는다.

힘든 일에도 무너지지 않고 꿋꿋하게 맞서는 아이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길 기도하며 하나둘 책장을 넘기게 되는 동화다.

최민호가 그린 삽화는 따스하고 정겨운 느낌을 준다.

서울예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김려령은 마해송문학상,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휩쓸며 국내 청소년 문학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작가다.

사회에서 소외된 아이들이 상처를 딛고 힘차게 우뚝 서는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소설 '완득이'와 '우아한 거짓말'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