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내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대한항공노동조합'(이하 대한항공노조)이 정부와 한진그룹이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13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두 항공사의 항공기가 나란히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 내 최대 규모 노동조합인 '대한항공노동조합'(이하 대한항공노조)이 정부와 한진그룹이 추진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13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두 항공사의 항공기가 나란히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소식이 알려진 13일 주식시장의 최대 관심은 두 회사의 주가였다. 장 초반 급등세로 출발한 두 회사의 주가는 하루종일 출렁거렸다. 대한항공의 주채권은행이자 자금줄인 산업은행도 주가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자칫 인수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반발과 독과점 논란까지 더해져 시장에선 정부 주도로 국내 1, 2위 항공사를 통합하는 ‘빅딜’이 성사되기까진 넘어야 할 벽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1) 아시아나 100여 개 노선 조정 어떻게

두 회사의 통합으로 대규모 인력 감축과 노선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난 6월 기준 대한항공 인력은 1만8681명, 아시아나항공은 9079명이다. 비행기 보유대수는 각각 173대, 86대다. 두 회사를 합치면 40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세계 10위권 초대형 글로벌 항공사가 된다. 채권단 관계자는 “인수 후에도 두 회사가 각자 취항하고 있는 노선을 유지한다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중복 노선과 인력 구조조정을 기정사실화했다.
자료=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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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한항공은 미주와 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 집중하고,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지역 노선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몸집을 대폭 줄이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각국 항공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100여 개 노선의 재편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항공노선 배정은 국가 간 협정에 따른 것으로 항공사들끼리 주고받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각국 항공당국으로부터 재허가를 받아야 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노선 재편은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게 된다. 승무인력 등이 정리대상 1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인력의 최대 10%를 감축하는 시나리오를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구조조정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노조 반발 등을 불러올 수 있다.

(2) 출렁이는 주가…인수비용 급증할 수도

채권단이 우려하는 또 다른 변수는 인수가격 급등이다. 이날 증시에서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전날보다 7.79% 오른 4290원으로 마감했다. 계열사인 아시아나IDT도 전날 종가 대비 9.34% 상승했다. 반면 대한항공 주가는 장 초반 5% 급등세로 출발했지만 전날 종가 대비 2.64% 하락한 2만3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도 10% 가까이 급락했다.

시장에선 당분간 아시아나항공의 몸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기존 대주주인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지분(30.77%)을 인수해야 하는 한진칼의 부담이 커진다. 정부와 산은, 한진칼은 인수설이 불거진 뒤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급등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인수 건을 확정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와 한진칼 이사회가 당초 예정된 16일에서 연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구주(6868만8063주) 인수 매매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기준가격은 주당 4700원으로, 총 매입대금은 3228억원이었다. HDC현산의 인수가 무산된 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3000원대까지 급락했다. 채권단은 한진칼이 2500억원가량만 투자하면 구주 매각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랠리를 펼칠 경우 비용부담이 급증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이 아시아나항공의 매입 기준주가를 어느 시점으로 정할지가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3) 사라지는 제2민항…독과점 논란도

32년 동안 이어진 복수민항 체제가 무너지는 데 따른 우려도 넘어야 할 벽이다. 산업계에선 한진해운 파산이 지금의 ‘해운대란’을 불러온 배경이 됐다며 ‘제2민항’은 유지돼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1988년 2월 서울항공이라는 사명으로 창립된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양대 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제2민항으로 출범한 것은 대한항공이 독점하던 국내 항공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자는 취지였다”며 “대한항공에 대한 특혜시비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도 관건이다. 항공노선의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합병이 현실화되면 두 회사의 국제선 여객노선과 주요 화물노선의 점유율은 70% 이상으로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간주하는 50%를 훌쩍 넘는다. 다만 정부가 이번 인수건을 주도하고 있어 공정위 최종 승인까지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